아침 7시40분, 소떡소떡 주는 교장…'아침밥' 열풍 못웃는 학교
서울 은평구 선일여중은 올해부터 아침 급식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조식 시범 운영 학교로 선정돼서다. 14일 찾은 이 학교 5층 학생복지실 앞에는 아침 7시 40분부터 학생들이 줄을 섰다. 아침 메뉴는 '소떡소떡(떡과 소시지를 꼬치에 끼운 간식)'과 사과주스. 교장과 교감, 교사 1명이 배식을 맡았다. 음식을 받은 학생들은 교실에 앉아 10여분만에 깨끗하게 비우고 각자 교실로 돌아갔다.
이날 전교생 343명 중 117명이 아침을 먹었다. 아침 메뉴는 밥, 국이 아닌 와플이나 핫도그, 주먹밥 등의 간편식이다. 완제품을 오븐에 데워 주는 식이다. 급식실이 아닌 교실에서 교장, 교감을 포함한 3명이 120명 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예산이 부족하고 급식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교사가 직접 나선 것이다.
학생들 “아침 먹으니 점심까지 집중 잘 돼”
아침 급식을 하는 학생들은 긍정적 반응이다. 선일여중 1학년 김준희 양은 “아침을 안 먹으면 점심까지 배가 고팠는데, 아침을 먹으니 집중이 잘 된다”고 말했다. 3학년 권수진 양도 “집에서 아침밥을 먹을 때보다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이 학교 박영미 교감은 “아침 급식을 하면서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아이들도 아침 메뉴를 궁금해하며 등교하는 걸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아침 급식 시범운영 2곳뿐…“학교 부담”
하지만 아침 급식을 하는 학교는 여전히 드물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침 급식 시범 운영 학교 10곳을 선정하려고 했지만 선일여중을 비롯해 2곳만 선정하는데 그쳤다. 신청이 저조해서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침 급식으로 학교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급식을 하려면 이른 시간부터 조리사 등 급식 인력이 나와서 준비를 해야 하고, 학생 등교 관리를 위해 교사들도 빨리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한 인력과 예산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아침밥을 먹으려면 더 일찍 등교해야 하는데 학생들 생활 지도와 안전 관리는 결국 교사 몫”이라며 “정작 중요한 수업이나 교육활동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식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고태경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서울은 지금도 급식 인력 결원이 매우 심각하다. 조리실무사 배치 기준이나 시설 문제 등 인력 확충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도 아침 급식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저녁 급식도 수요가 부족해 못 하는 학교들이 많다”며 “희망자가 적으면 단가가 비싸져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무상급식에 아침까지…서울 급식 예산 1조원 필요
예산 부담은 각 학교의 몫이기도 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조식 시범 운영 학교에 학기당 급식비 1000만원을 지원하는데, 선일여중의 경우 120인분 아침을 준비하는데 2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학교 운영비와 지자체, 복지재단 등의 지원금을 '영끌'해 운영해야 한다. 정경영 선일여중 교장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지만 예산에 제한이 있어 메뉴 고민을 많이 한다. 한번 시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예산 확보가 제일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 생색내기' 비판도
대학가에서도 ‘천원의 아침밥’이 정치권 생색내기란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 아침밥 사업은 정부가 1000원, 학생이 1000원을 부담하면 나머지 2000원을 대학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가 지원하는 금액보다 대학이 마련해야 하는 금액이 더 큰 셈이다. 특히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재정이 열악한 대학은 아침밥을 감당하기 어렵다. 교육부도 별도 지원할 계획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천원의 아침밥은 농식품부 사업이라 중복 지원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현장을 모르는 포퓰리즘성 정책"이라며 "아침 급식은 교육의 영역이 아니다. 가정의 역할을 학교로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서·최민지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링거' 때문에 서세원 사망?…의사들 "넌센스" 말 나온 이유 | 중앙일보
- "연인이냐" 말도 나왔다…사라진 국왕 뒤엔 22살 연하 킥복서 | 중앙일보
- 제자 때리고 그 어머니 성추행…고교 운동부 코치에 벌금형 | 중앙일보
- 前 KBS 통역사 고백 "정명석 추행 보고도 문제로 인식 못 했다" | 중앙일보
- 생리혈 걱정 없이 마음껏 뛴다…나이키가 여성에 진심인 이유 | 중앙일보
- 청소하랬더니 흉기 휘두른 아들…엄마는 "넘어졌다"며 감쌌다 | 중앙일보
- 잃어버린 '마약 가방' 찾으러…피로회복제 들고 지구대 간 60대 | 중앙일보
- "모텔 현금 낸 남편…증거 안남긴 상간녀는 맞고소" 아내 울분 | 중앙일보
- 실력 최고인데 조롱 쏟아져…‘손흥민 절친’ 케인의 딜레마 | 중앙일보
- 빌라왕 노린 서울 이 곳…전세사기 절반은 '이 주택'이었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