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5조' 코스닥 1위로…청소기 부품 만들던 회사 '신의 한수'
코스닥 상장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급등에 대해 과열주의보가 나오고 있다. 배터리‧자동차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받아 성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료 확보에 있어서 국내 업체들끼리도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에 이어 양극재‧음극재 원료를 공급하는 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포스코퓨처엠 등 K-배터리 기업의 주가도 호랑이 등에 올라탄 기세다. 특히 미국 정부가 양극판·음극판을 배터리 부품으로 규정하고, 양극활물질은 부품으로 포함하지 않는 내용이 담긴 IRA 세부지침이 지난 1일 발표되면서 주가가 더욱 치솟았다.
흡착제부터 시작해 배터리 양극재로 사업 확장
이번 규정안에 따라 양극판‧음극판은 부품으로 간주한 만큼 앞으로 북미 제조·조립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양극활물질은 구성 소재로 분류되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생산해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에코프로비엠의 주요 제품은 니켈이 80% 이상 들어간 하이니켈계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과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양극활물질이다. 에코프로비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NCA와 NCM을 동시에 생산하는 기업이다. 양극활물질은 배터리 원가의 40∼50%를 차지한다.
에코프로비엠의 모회사 에코프로는 1997년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환경 소재 개발 바람이 불던 때에 설립됐다. 유해 가스를 없애는 기능성 흡착제에서 시작해 점차 2차전지 재료로 영역을 넓혔다. 일본 업체가 거의 장악하고 있던 2차전지 소재 시장에서 에코프로는 2003년부터 양극활물질을 소량 생산하면서 제품 국산화를 시도한다.
처음에는 전동 공구와 무선 청소기 부품에 들어가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했다. 이후에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7년 제일모직으로부터 양극활물질 설비와 사업권을 인수한 에코프로는 그해 관련 매출액을 50억원으로 공시했다. 2016년 분리시킨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매출은 5조3576억원에 달한다. 양극활물질 매출을 15년 만에 1000배 넘게 성장시킨 셈이다.
2022년 1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차지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를 공격적으로 도입하자는 정책이 나오면서 2차전지 수요가 급증했고, 이에 국내 대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기 시작하면서 회사가 급성장했다. 삼성SDI는 2020년 에코프로비엠과 합작 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고 단독으로 양극재를 공급 받기 시작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과 2020년과 2021년에 연달아 각각 3조원과 10조원에 달하는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분야의 견고한 수요에 따라 에코프로비엠의 성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차전지 수요는 올해 687기가와트시(GWh)에서 2035년 5.3테라와트시(TWh‧1TWh는 1000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시장 규모는 1210억 달러에서 5배 커진 6160억 달러(약 805조)에 이를 수 있다.
미국은 2032년까지 신차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새로운 환경 정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류경한 현대차 배터리선행개발1팀장은 최근 SNE리서치 행사에서 “2010년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와 같은 배터리 회사가 2~3개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현재 속도로 보면 앞으로는 20~30개 더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양극재 원료 시장 장악 능력이 관건
다만 원료 다각화는 에코프로비엠과 같은 양극재 공급 업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 IRA 세부 규칙이 마련되면서 2025년 전에는 중국 핵심 광물 의존을 끊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산화리튬 수입액 36억8000만 달러 가운데 중국 수입은 32억3000만 달러에 달해 전체의 87.9%를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커질수록 고품질 원료를 얼마나 확보하는 지가 관건”이라며 “해외 광상을 이미 확보한 대기업 소속 업체가 더욱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남인호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효율성이 높아진 하이니켈이나 가격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 도입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다”며 “원료 조달 체계를 바꾸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퀀텀 점프’ 노력도 업계가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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