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2만원만”…전세사기 피해 20대, 생활고 끝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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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20대 남성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1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숨진 채 발견된 A씨(26)의 발인식이 전날 인천 미추홀구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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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20대 남성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다.
17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숨진 채 발견된 A씨(26)의 발인식이 전날 인천 미추홀구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장례는 유가족 뜻에 따라 조용히 치러졌다고 한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8시쯤 미추홀구 한 연립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와 해당 연립주택에서 함께 사는 친구가 외출 뒤 돌아왔다가 방 안에서 숨진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방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나왔으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B씨(61)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였다. 대책위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 달라”고 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수도요금 6만원도 제때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을 받았다고 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인천 남동공단 등지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2019년 68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마련했다가 2021년 8월 재계약 때는 임대인의 요구로 전세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줬다. 그러나 이 오피스텔에는 2019년 당시 1억8000만원이 넘는 근저당권이 설정된 상태였고, 지난해 임의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갔다.
A씨 주택의 낙찰자가 나오더라도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A씨가 돌려받는 최우선변제금은 3400만원뿐이었고, 나머지 5600만원은 고스란히 날릴 상황이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A씨는 재계약 때 전세금을 대폭 올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해 많이 힘들어했다”며 “2021년에 해당 전세금으로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재계약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회원들에 따르면 A씨는 전세사기 피해 이후 최근까지 너무나 괴로워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숨진 사례는 앞서 또 있었다. 지난 2월 28일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보증금 7000만원을 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휴대전화에 메모 형태로 남긴 유서에서 ‘(전세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막아줄 것을 정부에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토교통부를 넘어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 관련 정부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건축업자 B씨와 공인중개사·중개보조원 등 공범은 지난해 1∼7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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