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음주운전, 그 ‘근자감’을 깨라

조민영 2023. 4. 17.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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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지난 10일 부산에서 경찰의 협조 요청에 시내버스와 시민들이 차를 세워 음주운전 단속을 피해 도망가는 차량을 막아 세웠다. 경찰에 붙잡힌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에 가까웠다. 그러나 취소할 면허조차 없는 무면허 운전자였다. 지난 12일 광주에선 만취 상태로 경찰 단속을 피해 10㎞가량 도주한 20대 운전자가 붙잡혔다. 신호 무시에 과속까지 하며 도망가던 그도 지난해 5월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같은 날 대전에서도 만취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해 다른 차와 충돌, 상대 운전자를 다치게 했다. 그 역시 무면허 운전자였다.

지역명을 빼면 붙여넣기 한 것 같이 비슷한 사건들을 다룬 기사엔 “무면허 운전 전성시대냐”는 댓글이 달렸다. 많은 공감이 표시됐다. 숱한 음주 무면허 뒤엔 필연적으로 상습적 음주운전이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음주운전 재범률은 44.8%에 달한다. 2번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은 5만명을 넘기고, 7번 이상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사람도 977명이나 된다. 더구나 이 숫자는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아니라 ‘음주운전으로 걸린’ 사람이다. ‘음주운전을 한 번만 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속설을 부인하기 어려운 셈이다.

술 마신 채 운전대를 잡는 그 순간의 심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는 안 취했다’ ‘나는 운전을 잘한다’ 등의 자신감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런 자신감은 음주운전에 한 번 성공하면 증폭된다. 음주운전을 했어도 단속되지 않거나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을 “내가 괜찮았다”고 믿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이런 무모한 ‘근자감’은 술에 많이 취할수록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이네켄은 지난해 음주운전 예방 공익광고에 세계적인 F1 레이싱 선수, 명실상부 최고의 운전자인 다니엘 리카르도를 등장시켰다. 영상을 보면 술을 마시고 취한 듯한 리카르도가 클럽에서 자리를 뜨면서 자신의 차 키를 챙겨 손가락으로 돌리며 호기롭게 나간다. 그런데 뒤이은 장면에서 그는 차량 뒷자리에 앉고 운전석에 택시 기사가 있다. 그러고는 “It’s when you feel like a great driver, that you shouldn’t drive(당신이 훌륭한 운전자라고 느낄 때가 운전하면 안 되는 때다).”라는 문구가 뜬다. 술을 마시고 세계 최고의 운전자가 된 것 같이 느껴진 그때야말로 절대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경고다.

그러나 이런 경고들로 상습 음주 운전자들의 비논리적 ‘근자감’이 꺾일 리 만무하다. 때문에 음주운전 시동 잠금장치 같은 강제 수단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시됐다. 대중교통, 택시, 대리운전까지 직접 운전 외에 선택할 대안이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한국에서 강제 금지는 상대적으로 더 쉬운 환경 아닌가.

없애야 할 기대감도 있다. 음주운전이라는 범법행위를 하고도 처벌을 최대한 피할 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네이버 카페 행사모(음주운전으로 형사처벌·행정처분 받은 사람들의 모임)에 사연을 올린 이들은 어떻게든 행정처분 받아내고자, 구공판을 피하고자, 벌금형으로 마무리하고자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으로 구설에 올랐다. 실제 5번을 음주운전에 걸리고도 매번 벌금형을 받다가 6번째 음주운전으로 걸렸다는 사연을 보면, 그들의 기대감엔 근거가 있어 보일 정도다. 한 번, 두 번 단속을 피하고, 걸려도 풀려나는 경험이 반복되고 공유되니,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선 음주운전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가 국민 여론이라도 타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잘 될 것 같다며 “음주 사고 기사가 반갑다”고 토로하는 슬픈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단 한 번의 음주운전으로도 ‘여지없이’ 처벌받는 길이 분명히 나길 바란다.

조민영 온라인뉴스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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