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온실가스 배출 막을 수 없다면 ‘회수’에 눈 돌려야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종류는 모두 7종류다.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까지 하면 6개. 이것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게 적지 않다. 마지막 한 가지, 이산화탄소(CO2)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온실가스라고 하면 우선 이산화탄소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도 지구 온실효과 중 이산화탄소가 미치는 비율이 90%를 넘어선다. 즉 이산화탄소 한 가지만 통제할 수 있으면 우리는 지구온난화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도대체 이산화탄소는 어디서 생겨나는 걸까. 사람들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탄소’를 끊임없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석탄, 석유, 가스, 목재 등의 연료를 끊임없이 사용하는데 이런 연료의 성분은 주로 탄소(C)로 돼 있다. 이것이 불이 붙으면 공기 중 산소와 결합되면서 빛과 열을 내지만 탄소는 이산화탄소가 돼 대기 중에 흩어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 368억t에 달한다.
지구온난화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더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최소한 배출량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문명 생활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결국 제대로 된 해결 방법은 에너지 공급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뿐이다. 다만 현 과학기술 수준에서 이 문제를 일소할 만한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는 그리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전혀 다른 발상을 하기에 이른다. 이산화탄소가 생겨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다시 회수해 오면 어떻겠냐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을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라고 부른다. 탄소를 포집해 재활용하거나 혹은 저장하는 기술을 총칭하는데 주로 산업 현장에서 이산화탄소 발생 즉시 포집하는 경우를 이야기할 때가 많다. 다시 세분해 살펴보면 탄소를 포집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땅속 깊은 곳 등에 저장해 버리는 경우는 CCS, 탄소를 포집해 다양한 산업에 활용하는 것을 CCU라고 부른다. ‘CC’만 쓰는 때도 있는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단계까지만을 의미한다. 이 밖에 DAC(Direct Air Capture)라는 용어도 쓰이는데 이미 공기 중에 퍼져 있는 이산화탄소를 대형 기계장치로 포집해 지구 전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경우를 의미한다.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서 회수한다는 것일까.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곳은 발전소, 시멘트, 철강, 정유 산업 등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하는 산업 현장이다. 이런 곳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전 세계 배출량의 50~60%에 달해 가장 먼저 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의 배기가스 통로에 별도로 만든 포집 장치를 설치해 이산화탄소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산화탄소를 장치로 흡수·흡착해 내는 방법, 이산화탄소만 통과할 수 있는 필터를 만들어 포집하는 분리막 방법도 있다. CCUS 기술에 사람들이 거는 기대는 의의로 크다. 2020년 IEA는 ‘CCUS 기술 없이는 온실가스 배출 제로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렇게 모아온 이산화탄소는 어떻게 처리될까. 우선 CCS, 즉 저장(Storage) 사례부터 살펴보자.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해외 유전이나 가스전이다. 땅속 깊숙한 곳에 이산화탄소를 넣어 석유나 가스를 밀어 올린 다음 자원만 갈무리하고 이산화탄소는 땅속에 남겨둔 채 가스전 입구를 막아버리는 방식 등이 자주 쓰인다. 스위스나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DAC와 연계한 CCS도 시도되고 있다.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춘 다음 이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묻어버리려는 노력이다.
CCU, 즉 재활용(Utilization) 사례도 적지 않다. 우선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다양한 산업 현장에 공급되기도 한다. 우리 주위에 이산화탄소가 쓰이는 곳은 의외로 많다. 탄산음료, 맥주 등을 생산할 때 자주 사용하고,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고순도 이산화탄소는 필수 원료 중 하나다. 냉동식품 배송 등에 사용하는 드라이아이스 역시 이산화탄소로 만든다. 용접 등을 할 때도 공기 차단 등을 위해 이용하는 등 이산화탄소는 이미 우리 생활 및 산업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물론 이렇게 사용되는 이산화탄소는 다시 대기 중에 흩어지므로 바람직한 의미의 재활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어차피 어딘가에서 생산돼 사용돼야 할 이산화탄소라면 가능한 회수 과정을 거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는 편이 환경적으로도 유리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재활용이 환경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대표적 사례는 건축자재를 만드는 경우다. 이산화탄소를 칼슘과 마그네슘을 포함한 물질과 반응시키면 ‘탄산염광물’이 형성돼 단단히 굳어지는데 이 성질을 이용해 건축자재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건축용 골재로도 활용할 수 있고 시멘트를 만들 때도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대기 중으로 흩어졌어야 할 이산화탄소를 건물의 벽체 속에 고정하는 셈이 된다.
화학제품 원료로 이산화탄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산화탄소 속 탄소 성분을 분리해 내면 이를 재료로 ‘탄소화합물’을 만들 수 있는데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강화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의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코팅제, 비닐 등 다양한 물건을 제조할 수 있다. 조금 더 복잡한 공정을 거치면 도료나 접착제 등의 원료인 폴리우레탄, 배터리 전해액 제조 등에 쓰이는 에틸렌 카보네이트 등도 만들 수 있다. 이런 기술 자체는 대부분 상용화 단계에 올라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만 한다면 다양한 산업 분야의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확대, 탄소세 부과, 탄소국경세 도입 등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CCUS 기술은 기존 산업 기반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런 흐름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우리가 산업국가로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CCUS는 적극 검토하고 도입할 가치가 있다.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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