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과즉물탄개

2023. 4. 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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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사귀지 말며, 허물이 있거든 고치기를 꺼려 말라”고 하였다. 친구란 부족한 부분을 상보(相補)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자신보다 못해서는 안 되고, 사람은 무시로 더 나아져야 하므로 허물 고치기를 꺼려 말라고 한 것이다.

누구라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잘못에는 경중이 있다. 순간의 판단 착오로 범한 가벼운 과오가 있는가 하면, 잘못인 줄 알면서도 유혹이나 그릇된 소신에 빠져 더 큰 잘못으로 들어가는 무거운 과오도 있다. 전자든 후자든 과오는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過則)勿憚改 - 過 : 허물 과, 則 : 곧 즉, 勿 : 말 물, 憚 : 꺼릴 탄, 改 : 고칠 개. (허물)고치기를 꺼려 말라. 24x60㎝.

“당단부단반수기란(當斷不斷反受其亂)”이란 말이 있다. “응당 끊어야 할 것을 끊지 않으면, 도리어 혼란(재앙)을 받게 된다”라는 뜻이다. 춘추시대 초나라 재상 춘신군이 정적(政敵)을 사전에 처단하지 못하여 비참한 죽임을 당한 것을 두고 사마천이 평한 말이지만, 이 말은 잘못을 고치지 않는 누구에게라도 적용될 수 있다. 정적마저도 포용하는 통 큰 감동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춘신군의 잘못일 수도 있다.

“남에 대해서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에 대해서는 가을 서리처럼 냉철하게(待人春風 持己秋霜)”라는 말이 있다. 잘못을 고치라고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냉철한 판단으로 듣지 않으면 국가가 위험해진다. 過則勿憚改! 정치지도자들부터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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