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캐나다의 오두막 문화
캐나다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울창한 삼림, 자연의 대지에서 무스와 늑대들이 거닐고, 수풀로 둘러싸인 호숫가 캐빈에서 모닥불 피우고 저녁을 보내는 노스탤지어가 가득한 이미지다. 캐나다는 러시아 다음으로 영토가 큰 나라지만, 무려 90%의 인구가 미국과 접한 남쪽 국경에서 160㎞ 이내 지역에 산다. 그래서 더더욱 인가가 드문 북쪽 야생 지대에 대한 낭만을 지니고 있고, 아이스하키나 메이플 시럽 못지않게 ‘오두막 문화(Cottage culture)’가 캐나다의 상징적 이미지로 꼽힌다.
오두막 문화는 평상시엔 도시에 살면서 2∼3시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물가나 산속 전원주택에서 주말이나 휴일, 또는 여름을 지내는 관습을 말한다. 캐나다로 이사 온 사람들에게 흔히 “오두막을 갖고 있지 못하면 오두막이 있는 친구를 빨리 사귀어라”라 할 정도로 이들에게는 중요한 일상 문화다.
물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름 별장을 애용하는 관습은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보통 상류층의 특권이며 별장 자체도 호화롭게 짓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캐나다의 오두막은 보통 중산층이 애용하는, 가령 증조할아버지께서 직접 지어 대대로 물려받는 소박한 집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즉 여가를 보내기 위한 사치가 아닌, 광대한 땅을 대하는 역사적인 개척정신이 깃든 관행인 것이다.
이번 부활절 연휴에 캐나다로 이사 온 후 처음으로 친한 친구의 가족이 소유한 호숫가 오두막에 초대되어 갔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반사되는, 아직도 꽁꽁 얼어붙은 하얀 호수 위 저편으로 걸어가는 엄마와 아기 사슴을 보면서 드디어 나도 자연을 사랑하는 캐나다 문화의 단면을 체험하게 되었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과 관련지어 생각해볼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핵심은 소박한 가치를 지키는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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