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 서해 NLL 침범…김일성 생일맞이 도발했나
북한 경비정이 1년 만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해군 고속정의 경고 사격을 받고 되돌아갔다.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쫓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발생 시점이 김일성 생일(4월 15일)이었기 때문에 국지 도발의 전조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쯤 북한 경비정 1척이 서해 백령도 동북쪽 NLL을 넘었다. 해군은 참수리급 고속정을 투입해 북한 경비정을 향해 10여 회 경고 통신과 경고 방송을 보냈지만, 북한 측이 반응하지 않자 기관포로 경고 사격 10발을 쐈다. 이에 북한 경비정은 북쪽으로 퇴각했다.
북한 경비정이 NLL 이남에 머무른 시간은 10여 분 안팎이며 NLL 남쪽 1해리(1.8㎞)까지 침범했다고 군은 전했다. 군은 상황 종료 이후 해상과 공중 추가 전력을 투입해 대비했다. 이후 북한군의 추가 동향은 없었다고 합참 관계자가 밝혔다.
군 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이 불법 어로 단속을 벌이다 중국 어선이 도망가자 추격하고 있었다”며 “당시 시정(視程)이 90m로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계가 좋지 않아 해군 고속정은 NLL 인근에서 중국 어선과 닿았다. 이 때문에 고속정에 탄 해군 장병 3명이 가벼운 타박상을 입어 현재 치료 중이다. 해군 고속정과 중국 어선의 안전에 이상은 없다고 합참은 밝혔다.
군 당국은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북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경비정은 과거 의도적 침범 때 보였던 직선 기동 대신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어선을 쫓는 듯한 모습이 식별돼 우발적으로 NLL을 침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의 NLL 침범은 1년여 만이다.
북한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해 3월 8일에도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NLL을 침범한 적이 있었다. 당시 북한 경비정 1척이 항로 착각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던 북한 선박 1척을 쫓던 과정에서 NLL을 넘었다. 북한 경비정은 해군 고속정의 기관포 경고 사격을 받고 뱃머리를 북쪽으로 돌렸다. 당시 7분간 NLL을 침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7일부터 군 통신선 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13일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는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이 서해 NLL 일대에서의 경계태세를 떠본 뒤 국지 도발을 벌이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진형 전 해군 소장은 “북한 경비정은 민간용 GPS를 달았고, 육지 레이더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자기 위치를 알 수 있다. 실수로 넘진 않았을 것”이라며 “성동격서(聲東擊西)식으로 서해에서 한 번 건들고는 동해에서 터뜨리는 도발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 정례화 합의=한국과 미국·일본은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차관보급 안보회의(DTT)를 열고 미사일 방어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 정례화에 합의했다. 한·미·일 3국 미사일 방어훈련은 지난해 10월 한반도 부근에서 열렸고, 올해 2월에도 진행됐다. 3국 대잠전 훈련은 지난해 9월과 이달 초 이뤄졌다.
한·미 공군은 17~28일 광주 기지에서 ‘2023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벌인다. 이 훈련엔 공군의 F-35A, 미 해병대의 F-35B 등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해 110여 대와 1400여 명이 참가한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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