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대회 치르겠다”던 韓피겨, 은메달보다 빛난 ‘응원전’

김우중 2023. 4.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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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경험 부족에도 준우승
장난감 칼·왕관 등 응원 도구로
대회 내내 마음껏 즐기는 모습
경기 후 연회에 참석한 차준환(왼쪽부터)·이시형·임해나·이해인·조혜진의 모습. 사진=이해인 SNS

‘대회 첫 출전·최연소 선수단(평균 20세)·경험 부족.’

사상 첫 2022~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에 참가한 한국 피겨 대표팀은 약점이 많았다. 하지만 ‘즐기자’는 모토를 지키며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팀 트로피는 ISU가 주관, 격년제로 일본에서 열리는 피겨 국가대항 단체전이다. 2009년 처음 출범한 이 대회는 한 시즌 동안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6개국이 경쟁한다. 

한국은 팀 트로피에 처음 출전했다. 그동안 한국 피겨는 남녀 싱글에서 우수한 성과를 이뤘으나 단체종목인 페어·아이스 댄스에선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이중국적 선수 및 외국인 파트너들이 합류하며 경쟁력을 키웠고 첫 도전에 나섰다.

16일 준우승이 확정되자 환호하는 한국 대표팀의 모습. ISU 홈페이지

주장 차준환(22·고려대)과 이해인(18·세화여고)은 시즌 베스트급 성적으로 준우승 일등공신이 됐다.

차준환은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서 101.33점(2위)을 받아 처음으로 100점을 돌파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87.82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해인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6.90점으로 1위에 올랐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48.57점으로 1위를 기록하며 개인 최고점을 경신했다.

한국은 페어와 아이스댄싱에서 모두 6위에 그쳤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만을 남겨뒀을 때 먼저 연기한 이시형이 12위에 그치며 은메달 획득이 물건너간 듯했다. 그러나 차준환이 1위에 오르며 일본을 3위로 끌어내리고 극적인 은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우승은 미국이 차지했다. 

은메달이란 결과만큼 주목할 부분은 대회 내내 대표팀 선수들이 보여줬던 밝은 에너지의 ‘응원전’이었다.

차준환은 출국 인터뷰에서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만큼 즐겁게 치를 것”이라 밝혔다. 이해인 역시 “성적에 대한 욕심보다 어떤 응원을 펼쳐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직접 준비한 응원도구를 흔들며 대회를 마음껏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예림(가운데)이 연기를 마친 뒤 각종 소품과 함께 기뻐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의 모습. '피겨 장군' 김예림은 사진 왼쪽 투구와 검을 들며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사진=중계화면 캡처


이해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통해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이 담긴 스케치 그림을 선보였다. ‘피겨 장군’ 김예림(20·단국대)은 장난감 칼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고, '피겨 왕자' 차준환은 왕관을 썼다. ‘응원단장’ 역할을 한 이시형(23·고려대)의 열띤 주도 아래, 아이스 댄스의 임해나(19)-예콴(22), 페어의 조혜진(17)-스티븐 애드콕(27) 역시 응원전에 힘을 보탰다.

밝은 웃음으로 대회를 치르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대표팀은 1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김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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