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가치 크지만…5년 뒤 실적 반영해도 주가 과열”
시장 거래 가격이 증권사의 목표 주가보다 매우 높은 주식. 이례적인 이 현상의 주인공은 국내 증시를 달구며 코스닥 시장의 대표주자로 올라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다. ‘에코프로 형제주’로 불리는 두 종목은 장안의 화제가 됐지만, 주가가 수직 상승하던 지난 3월 증권사의 분석 보고서는 자취를 감췄다. ‘주가 과열에 따른 분석 포기’였다.
그러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지난달 30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중립’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매도 보고서를 찾기 힘든 국내 시장 분위기에선 사실상 ‘매도 리포트’로 여겨졌다. 이어 지난 12일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지대한 상황에서 주가에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오면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에게는 비난이 쏟아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도 경고의 목소리를 낸 두 명의 ‘용감한 애널리스트’, 한병화·김현수 연구원을 만나 ‘에코프로 형제주’ 주가에 대한 판단과 투자자가 간과하고 있는 위험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① 왜 중립·매도 보고서 냈나
에코프로 첫 매도 리포트를 낸 김 연구원은 “버블이나 저평가가 발생할 때 기준점을 제시하는 게 애널리스트의 직업 소명”이라며 “5년 뒤 실적까지 반영해도 주가가 적정가치를 한참 넘어 있어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연구원의 매도 보고서가 공개된 당일인 지난 12일 에코프로 주가는 16.78% 주저앉았다. 다음날인 지난 13일에도 5.16% 빠졌다. 부담이 다른 때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김 연구원은 “오히려 (주가가) 빠질 때 사라고 추천하는 게 어렵지 이번처럼 과열 구간에 매도 보고서를 내는 건 덜 부담스러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욕설이 담긴 메일이 발간 이후 부쩍 늘었지만 열어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첫 중립 의견을 낸 한 연구원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들의 불만에 공감하고 보고서에도 종종 적어왔다”면서도 “지난해 3분기에는 에코프로비엠이 좋은 기업임에도 공매도에 눌려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개인의 과도한 매수세가 공매도를 불러들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② 적정 주가는 어느 정도?
올해 들어 에코프로는 장 중 82만원까지, 에코프로비엠은 31만5500원까지 고공 행진했다. 연초 대비 각각 627%, 237% 치솟았다. ‘과열’ 목소리가 커지자 두 종목의 주가는 지난 13일부터 내리막을 탔다. 지난 14일에는 에코프로는 61만1000원, 에코프로비엠은 27만75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두 연구원이 제시한 목표 주가(에코프로 45만4000원, 에코프로비엠 20만원)보다는 35%가량씩 높다.
두 사람 모두 에코프로 그룹이 “탁월한 기업”이라는 데 동의한다. 한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글로벌 경쟁력, 특히 하이니켈 삼원계(세 가지 물질을 소재로 쓴 배터리) 부문에서의 기술은 당분간 대체 불가”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도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가장 큰 경쟁자였던 중국을 배제해 한국 기업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된 것도 호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는 많다. 리스크(위험)를 주가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한 연구원은 “한국 의존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IRA 규정도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며 “법안을 통과시킨 유럽과 달리 미국의 전기차 보급이 늦어질 수 있고, 삼원계 배터리와 보다 가격이 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간의 싸움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도 변수”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도 “미국 대선에서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길 경우 친환경 기조가 후퇴할 수 있고, 신규 진입 회사가 많아지는 만큼 향후 강력한 경쟁자가 나올 가능성이 제로(0)인 것도 아니다”며 “미래의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은 가격에 주식을 사는 건 그만큼 투자자가 위험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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