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 내리면 20% 수익…‘곱버스’에 베팅하는 개미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코스피는 8개월 만에 2500선을, 코스닥은 11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하자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내는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달 개인투자자의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와 ‘곱버스’ 상품이 절반을 차지했다.
인버스는 지수가 내리면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곱버스(인버스 2X)’는 지수 하락률의 두 배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인버스 상품의 가격 변동 폭을 2배로 따른다. 주가가 1% 내리면 2% 이익을 보는 구조다.
개인투자자가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ETF와 ETN 중 가장 많이 사들인 건 ‘코덱스 200 선물 인버스 2X’다. 코스피200 선물 지수 수익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하는 곱버스로 3104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또 다른 ‘곱버스’ 상품에도 개인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삼성 인버스 2X 코스닥 150 선물 ETN(449억원)’이 4위, ‘미래에셋 인버스 2X 코스닥150 선물 ETN(213억원)’이 8위를 차지했다.
인버스 상품도 순매수 상위권에 포진했다. 코덱스 인버스(494억원)가 3위를, 타이거 코스닥 150 선물 인버스(227억원)가 6위로 이름을 올렸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가장 과감하고 위험성이 높은 인버스 상품에 투자자가 몰리는 건 그만큼 증시가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코스피는 지난 10일 8개월 만에 종가 기준 2500선을 탈환한 뒤 지난 14일 2571.4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연말 대비 12.76% 상승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열풍 속에 코스닥의 질주는 더 거침없다. 같은 기간 30.54% 상승하며 지난 14일(903.84) 11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했다.
개인의 하락장 베팅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증시의 단기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박스 장세에서 위험할 수 있는 ‘곱버스’ 투자에 대한 유의를 당부했다.
조 연구원은 “레버리지 상품은 방향성이 확실할 때만 유효한 상품으로, 횡보장에선 불리한 투자 방식”이라며 “지수의 2배가 아닌 일일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경우 수익률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정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과 미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경기 회복과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수출이 살아나면서 증시가 우상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코스닥의 경우, 2차전지 등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큰 만큼 더 주의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에서 2차전지 종목을 제외할 경우, 연초 대비 수익률은 18.3%포인트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의 경우, 2차전지 종목 위주로 지수가 오르다 보니 2차전지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곱버스’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과열 우려에도 2차전지주가 상승할 여지도 있고, 그동안 조정을 받아온 바이오·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코스닥 지수가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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