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7연승 신기록, ‘승격 팀’ 대전이 막았다

대전 이진현이 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3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왼발로 선취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부 리그에서 올해 프로축구 K리그1으로 승격한 대전 하나시티즌이 7연승을 노리던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를 무너뜨렸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전은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7라운드 홈 경기에서 울산을 2-1로 물리쳤다. 대전이 강팀 울산을 이긴 건 무려 4258일 만이다. 마지막 울산전 승리는 2011년 8월 20일(1-0승)이었다. 승리가 확정되자 관중석을 가득 메운 1만6000여 명의 홈 팬들은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대전(승점 14)은 3위로 올라섰다. 선두 울산(승점 18)과의 격차를 승점 4로 좁히며 선두 경쟁에 돌입했다. 대전은 지난 시즌 K리그2(2부리그) 2위 자격으로 올 시즌 1부로 승격했다. 반면 울산은 개막 6연승 이후 시즌 첫 패를 떠안았다. 이날 이겼다면 K리그 개막 최다 연승 타이기록(7연승)을 세울 수 있었다. 개막 7연승은 1998년 수원 삼성과 2003년 성남FC 등 두 팀만 보유한 기록이다.

대전의 미드필더 이진현(26)이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9분 이현식의 패스를 받은 이진현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왼발 감아차기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날린 울산 조현우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골문 왼쪽 구석에 꽂히는 환상적인 득점 장면이었다. 이날 골로 이진현은 2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공격 포인트와 어시스트 부문 모두 최상위권이다.

대전은 전반 17분 울산 루빅손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흔들리던 순간 이진현이 다시 중심을 잡았다. 왕성한 활동량과 정확한 패스로 중원을 장악한 덕분에 울산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았다. 결승골도 이진현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전반 46분 역습 상황에서 이진현의 슈팅이 같은 팀 티아고의 가슴을 맞고 흘러나오자 이현식이 오른발로 다시 강하게 차 골망을 흔들었다. 이진현은 경기 막판 상대와 몸싸움을 하다 코에서 피까지 흘렸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뛰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대전과 계약이 만료됐던 이진현은 당초 유럽 진출을 준비했다. 폴란드 등 유럽 리그 팀의 입단 테스트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이민성 감독의 간곡한 요청에 못 이겨 대전과 재계약했다. 청소년 시절 ‘천재 미드필더’로 불렸던 그는 2017~18시즌 아우스트리아 빈(오스트리아)에서 뛰었다. 당시엔 자리를 잡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포항 스틸러스, 대구FC(이상 1부) 등을 거치면서도 좀처럼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2021년 2부였던 대전에 입단했다. 그리고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이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서 대전의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다. 지난 시즌 기록은 6골 5도움. 이 감독은 “선수들이 안방에서 질 수 없다는 각오로 뛰어서 이겼다. 이진현을 비롯한 모든 선수가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며 “도전자의 자세로 계속 싸워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