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지 작가와 플리츠 마마의 지속가능한 디자인
Q : ‘2023 리빙 디자인 페어 디자이너스 초이스관’에서 선보인 부스와 오브제, 바닥, 모든 원단이 리사이클 소재로 제작됐어요. 문승지 작가와 플리츠마마가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시했던 주제는
A : 문승지(이하 문) 디자이너 활동을 하면서 제작 단계에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지속적으로 고민했어요. 플리츠마마는 이 고민에 좋은 영향을 준 브랜드죠. 이미 제작 과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양을 최소화한 홀가먼트 니팅 기법을 활용해 가방을 만들고 있었으니까요. 협업을 기획하면서 우린 환경에 대한 고민을 담은 디자인을 관객과 공유하는 데 신경 썼어요. 바다에 버려졌던 폐어망이 어떤 과정을 통해 가공되고, 이 소재가 어떻게 삶으로 스며들어 제품으로 탄생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A : 왕종미(이하 왕) 해 양 오염에 대한 공통의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소재적으로는 폐어망을 리사이클링 한 제품을 기획했어요. 이와 함께 지속 가능한 소재를 활용해 쓰레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생산 방식에 대한 정보도 전시에서 풀어냈죠.
Q : 협업 전시의 테마는 ‘최소한의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였죠. 두 분께 ‘최소한의 것’은 무엇이고, ‘최소한의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A : 왕 가방을 제작할 때 폐어망 같은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지만, 그마저도 낭비되는 것 없이 아낌없이 사용해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는 것이 플리츠마마의 목표예요. 시그너처 플리츠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주름이 접혀 최소한의 공간만 차지하면서 수납이 용이한 기능적 부분 역시 최소한의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A : 문 디자이너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직업입니다. 또 디자이너는 생산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불필요한 폐기물을 설계를 통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소한의 소재와 최소한의 공정을 통해 탄생하는 제품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이번 전시를 통해 하고 싶었습니다.
Q : 리빙 산업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무엇이고, 이번 협업에서 선보인 가구와 오브제 제작 과정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자재를 어떻게 활용했나요
A : 문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산업 폐기물과 탄소 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협업은 폐어망을 리사이클링해 가구 원단으로 활용한 사례이자 환경 문제의 대안이죠.
A : 왕 에코백 하나를 만들기 위해 원사를 제직하고 염색, 가공해 최종 봉제를 위한 재단 과정에서 약 35%의 손실이 발생합니다. 반면 플리츠마마에서는 홀가먼트 니팅 제조 방식을 통해 가방 하나를 만드는 데 발생하는 손실을 1% 수준으로 최소화하고 있죠. 이런 니팅 방법을 이번 전시에서 문승지 작가와 가구 제작에 적용했는데, 원단을 가구 모양 그대로 편직해 재단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면서 플리츠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Q :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한계점도 있겠죠
A : 문 디자인 과정에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면서 선택의 폭이 좁다는 점이 가장 큰 한계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와 기업의 지속적 협업을 통해 소재 개발이 이뤄지길 바라고, 이런 행위들이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죠.
A : 왕 맞아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이 다시 재활용될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폐기물에 섞여 있는 소재를 분리하는 공정 기술이 핵심인데, 그 기술 개발을 위해 효성 같은 소재 기업과 함께 연구 개발하고 있습니다.
Q : 최근 폐어망이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거론되면서 다양한 기업들이 폐어망 재활용 사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폐어망, 폐플라스틱 등에서 나아가 디자인으로 풀어낼 수 있는 또 다른 폐기물이나 방법이 있을까요
A : 왕 현재 플리츠마마는 여러 기업과 협력해 1회용 플라스틱 컵을 장섬유로 생산해 제품화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입니다. 국내 1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은 연간 33억 개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 5% 정도만 재활용되고 있거든요.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제품도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A : 문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생활 속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은 물론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 등 여전히 개발이 필요한 소재가 많죠. 이런 소재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더 많은 재활용 제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 현재 리빙 디자인 산업의 화두와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은요
A : 문 진정성입니다. 일시적 마케팅은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이 행위들이 지속 가능한 결과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을 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잠깐 사용되는 제품이 아닌, 오래 물려줄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A : 왕 산업군과는 관계없이 ‘지속 가능성’은 모든 영역에 걸친 주요 과제라고 생각해요. 플리츠마마의 경우 그동안 패션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해 왔는데, 이번 가구 디자이너 문승지 작가와의 협업을 비롯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영역을 확장해 지속 가능성에 대해 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계획입니다.
*전 세계 〈엘르〉 에디션은 매년 4월호와 5월호에 걸쳐 그린 이슈를 전하며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진심을 담으려 애씁니다.
Copyright © 엘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