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이 먼저, 가격은 나중" MZ의 '미닝아웃' 실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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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기자]
MZ세대를 중심으로 미닝아웃 바람이 불고 있다. 미닝아웃이란 Meaning(신념)과 Coming out(정체성을 드러내는 행위)의 합성어로,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 행위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쉽게 말하면,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에 돈을 쓴다는 뜻이다. 반대로 가치관에 어긋나거나 사회적 신념을 벗어나는 기업에는 불매운동을 하며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MZ세대는 어떤 기업과 제품에 돈을 쓸까?
이들은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을 지지하며, 가격이 높아도 환경친화적인 비건 제품을 구매한다. 가치소비의 기준점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지속 가능 경영과 내용이 일치한다. 미닝아웃이 '지속 가능한 소비'로 불리는 이유다.
그중 선한 기업의 기준은 '돈쭐' 난 기업 사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돈쭐내다'는 기업의 제품을 많이 팔아줘 매출을 올려준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작년, 가정형편이 어려운 어린 형제에게 식사를 무상으로 베푼 치킨집 일화가 SNS에 퍼졌다. 이 소식을 접한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돈쭐내기 작업에 들어갔다.
먼 지역에 사는 이들은 치킨을 여러 마리 구매하며 고객 요청사항에 '배달은 됐다'라고 기재했고, 가까이 사는 이들은 직접 매장을 찾아 음식값보다 더 큰 금액을 쥐여 주고 가기도 했다. 어느 동네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치킨집은 선한 기업으로 알려지며 미닝아웃 소비의 중심에 서게 됐다.
또 젊은층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비건 음식을 비롯해 비건 패션과 비건 화장품까지 구매하고 사용한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비건 제품을 출시하며 비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건 뷰티 편집숍 비클린의 1월 매출의 20~30대 구매 비중은 70%를 넘어선다. 이는 전체 화장품 매장의 평균치인 33.7%보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미닝아웃을 네 가지 방식으로 실천합니다
MZ세대는 어떤 계기로 미닝아웃을 실천하게 됐을까? 27살 직장인 A씨에게 직접 물었다.
▲ A씨의 장바구니 |
ⓒ 김민주 |
▲ A씨가 사용하는 제로웨이스트샵 제품들 |
ⓒ 김민주 |
세 번째, 수세미는 천연 수세미만 구매해서 사용해요. 말 그대로 '수세미'라는 열매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수세미를 말려서 제작한 수세미와 폴란드에서 만든 친환경 수세미 스크러바 구매해서 사용 중입니다. 흔히 사용하는 수세미는 폴리에스터나 아크릴 원사(플라스틱)로 만든 거라 사용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음식물쓰레기와 함께 버려지거나 바다로 흘러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네 번째, 중고 거래 이용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사고 싶은 제품이 있을 때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꼭 찾아보는 편이에요. 무조건 중고 거래를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새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품절되었던 제품이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오는 경우도 많거든요. 자취를 준비할 때 중고마켓에서 가구 구매를 정말 많이 했는데 감성도 챙기고 비용도 많이 아꼈어요. 그리고 중고마켓 앱에서는 월별로 가계부가 알림으로 뜨는데 제가 한 중고 거래로 얼마나 많은 나무를 지켰는지 자동차를 몇 km 안 탄 효과를 냈는지 알려주는데 이것도 꽤 뿌듯하더라고요."
- 하루 소비 중 미닝아웃은 몇 퍼센트나 차지하나요?
"70% 이상이요. 개인 컵 없이 카페에 가게 되면 매장 컵으로 마시고 가고, 옷이나 신발을 구매할 때도 3일은 고민하고 식당 가서도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시켜요. 충동구매를 할 때가 가끔 있지만 거의 모든 소비를 할 때 생각하는 거 같아요. 어제만 해도 화장품을 구매하는데 저도 모르게 모두 비건 화장품을 구매했더라고요."
- 일상에서 소비할 때 제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제 기준은 기업의 평판>품질=가격=친환경 순이에요. 아무리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도 최근 안 좋은 이슈가 있었던 기업의 제품이라면 구매를 안 하게 돼요. 몇 년 전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 있는데, 그때 시작한 불매 운동을 아직도 이어 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평판이 좋은 기업의 제품은 괜히 더 눈길이 가고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 미닝아웃 정보, 어디서 얻으시나요?
"SNS에서 가장 많이 얻게 되는 거 같아요. 알고리즘을 통해 자연스레 관련 콘텐츠를 접하는 경우도 많고, 구독 중인 관련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정보를 업데이트해가죠. 그리고 인터넷 기사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새롭게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 지인들 사이에서도 가치소비 움직임을 느낄 수 있나요?
"큰 변화는 아니지만 수세미나 개인 컵 등 친환경 제품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또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미닝아웃 주제 비중이 많이 늘어난 게 느껴져요. SNS에서 환경 이슈와 기업의 사건·사고나 미담 등을 쉽게 접하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게 혹은 좋게 굳어지는 경우도 흔하죠. 같이 공동구매를 하는 등 직접적인 소비로 이어진 적도 많습니다."
- 가치 소비, 왜 하시나요?
"환경 다큐멘터리를 접한 후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이후 SNS를 통해 플라스틱을 삼킨 채 배가 불러 죽는 물고기, 환경변화로 인해 만난 적 없던 동물 사이에서 태어난 새로운 교배종(ex. 그롤라곰), 사라져 가는 벌과 숲 등을 접하게 되면서 동참 안 할 수가 없었죠. 제 작은 행동이 환경을 지키고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면 앞으로도 기꺼이 할 생각이에요."
- 앞으로 기업들이 추구했으면 하는 방향은.
"최근 기업들이 친환경적으로 변화하고 있어서 좋지만, 거기에 재활용률을 높인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화장품 같은 경우는 화장품을 다 쓴 후 공병을 버리는 방법이 번거롭고, 재활용이 될까 의구심도 들거든요. 일부 브랜드의 경우 자사 공병을 가져가면 보상해주거나 원하는 리필 상품을 공병에 채워주거든요. 자사 브랜드 제품 공병을 수거해 재활용하거나 제품을 제작할 때 재활용원료를 사용한다거나 혹은 환경부담금을 지불하고 되돌려 받는 형식도 사람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보다 더 심화 단계로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주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의 파급력은 한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할 정도로 거대해졌으며, 정보력도 향상됐다. 이제는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만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업 대내외 정보를 찾고 SNS에 퍼 나른다. '눈 가리고 아웅'식 겉으로만 착한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제 기업이 이윤 창출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책임까지 안고 가야 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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