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참사' 다 들켰는데…우크라 "美 문건 유출 잘됐다" 왜
미국 정보당국의 기밀 유출을 두고 우크라이나 일각에서 ‘차라리 잘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야권의 중도 우파 성향 ‘유럽연대당’의 올렉시 혼차렌코 의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다양한 시각에서 봤을 때 이번 문건 유출은 잘된 일이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들이 더 많은 지원을 더 빨리 서둘러야 한다면서 “조속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동안의 지원이) 모두 쓰레기가 될 수 있다. 오늘날 너무 많은 것들이 위태로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공군 주 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21) 일병이 온라인 채팅 서비스 ‘디스코드’(Discord)에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보당국의 기밀 자료 중에는 전쟁 1년째를 맞이한 우크라이나의 열악한 상황이 상당 부분 상세하게 담겨 있다.
이들 문건에 따르면 5월이면 우크라이나의 핵심 대공방어망에 쓰이는 탄약에 완전히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달째 러시아의 집요한 공격을 받고 있는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의 전황은 참사 수준이다.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 사상자 수는 약 12만명에 달한다. 러시아군(약 20만명)보다는 적지만 전체 인구가 러시아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이런 유출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유출 자체에 대해 미국 측에 다소간 불만을 표현하긴 했지만, 널리 예상되는 ‘봄 대반격’ 계획은 수정하지 않을 방침을 미 당국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탄약 부족 등 우크라이나의 취약점은 이미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알고 있던 사실인 데다, 우크라이나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대반격을 시작할지 등 핵심적인 내용은 유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 당국자들은 아직 러시아가 미국의 정보수집을 차단하기 위한 보안 조치를 강화한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NYT에 전했다. 서방은 이번 문건 유출 사태로 자극받은 러시아가 자국 내에서 미국 측 정보원을 샅샅이 찾아내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에서는 미국 정보당국이 러시아군 내부 정보에 매우 깊숙한 수준까지 침투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의 일부 공격계획은 세부사항까지 미리 공개됐고, 미국이 러시아 점령지 내의 목표물 상세좌표를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러시아 핵심 수뇌부의 대화를 도청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러시아 수뇌부 관련 정보는 상당수 직접 취득한 정보보다는 전언 등 간접정보가 많았다. 이에 따라 미국 정보당국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 정보 수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NYT는 덧붙였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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