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실에 고급침대"vs"거짓말"…영등포경찰서장 갑질 의혹 공방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의 갑질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감찰 끝에 조모 서장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 혐의로 경찰청장 직권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의혹을 제기한 측에선 조 서장 의전에 과도한 예산이 집행됐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양측이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앞서 박모 영등포서 경리계장은 조 서장이 부당한 업무를 지시하고 인격적인 모욕과 갑질을 했다며 지난달 8일 내부비리신고센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여기엔 조 서장이 ▶자신에 대한 집회 현장 간식 지원을 압박해 사비로 간식을 구매했고 ▶관련 규정을 위반한 외부 경조 화환 조치를 지시해 역시 사비로 지출했으며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경리계에 낮은 평가 등급을 부여하고 경리계를 1·2계로 나눴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자신이 경찰이 아닌 일반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모욕감과 공포감을 주는 언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지난 13일까지 감찰 조사를 벌인 뒤 “조 서장이 관련 규정을 위반해 계를 분리했고, 사적 화환 배송 지시 등 예산 지침에 어긋나는 요구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가공무원법 56조(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조 서장에 대해 경찰청장 직권경고 조치했고, 위반사항은 즉시 시정조치 지시했으며 진정인에 대해서도 불이익 처분 등 피해가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 계장이 사비로 처리한 간식비와 경조사비에 대해선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감찰 결과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조 서장은 “어처구니 없는 일방적 주장으로, 전부 소명했고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며 “감찰 결과는 직제령에 없는 직제를 원상복구하라는 경고 처분일 뿐 간식비나 화환의 경우 어떠한 보고도 없었고 본인에게 지시를 한 적도 없다. 강압에 못 이겨서 사비를 썼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사비로 지출한 돈 일부는 돌려줬거나 향후 비용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계장은 “조 서장 부임 직후와 지난 1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관련 규정을 서면으로 보고했고, 서장 부속실에도 규정에서 벗어난 예산 사용은 불가능해 사비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지만 지속적으로 경조 화환 요구가 있었다”며 “집회 현장 간식 지원도 경비과와 기동대 외 식사비 지원은 1인당 8000원의 식비 외에 예산 지출 근거가 없는데도 ‘집회 현장에 마실 것 하나가 없다’는 취지로 직접 지시해 사비와 격려금으로 사서 배달했다”고 반박했다.
경리계 분리 조치에 대해서도 조 서장은 “영등포서 신축 등 시설 업무가 많아 한 사람이 하기 너무 벅차니 시설과 회계 업무를 나눈 것”이라며 “시설 담당을 맡기자마자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으면서 서장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계장은 “지난 서장 재임 시절 경리계 업무량을 고려해 6명으로 늘렸던 직원 수를 도로 1명 줄인 게 조 서장”이라며 “임기 2년이 끝나기도 전에 보직 해임하려고 최하위 부서 평가(C등급)를 부여했고, 경리계를 분리해 핵심 기능인 예산 권한을 자신이 내정한 2계장이 맡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내부에선 윤모 경리2계장 발령 이후 조 서장의 요구로 서장실에 고급 침대와 운동기구(실내자전거) 등을 들이는 데 수백만원의 예산이 사용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지난 11일자 침대 관련 견적서와 지난달 17일 실내자전거 관련 지출원인행위서에 따르면 고급 침대의 경우 협탁과 합쳐 총 215만9000원, 실내자전거는 120만원 상당이었다. 영등포서 한 관계자는 “침대의 경우 다른 부서 가구의 구매 비용을 쪼개는 방식으로 구입하고, 실내자전거는 ‘직원복지용 체력단련실’이라고 적은 뒤 실제론 서장실에 가져다 놓는 등 지출 내역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서장은 “1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침대와 운동기구를 새로 구입했을 뿐”이라며 “내가 바꿔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담당 계장이 너무 오래된 건 바꾸겠다고 해 알아서 하라고 한 것이다. 예산을 부정하게 집행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며, 새롭게 제기된 주장 역시 다 소명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조 서장을 부당 갑질 등으로 진정했던 박 계장도 감찰 조사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알렸고, 경찰청은 이에 대한 사실 관계도 확인 중이다.
감찰 결과에 반발하고 있는 박 계장은 조 서장의 인사 이동을 통한 분리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병가 중인 그는 이날 통화에서 “감찰에선 진정인 보호 명목으로 나더러 원하는 데가 있으면 보내준다고 하는데 피해자가 가는 경우가 어딨느냐”며 “나가더라도 갑질 신고했다가 쫓겨난 직원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계장은 영등포서 임모 계장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이유로 진정했지만, 경찰청은 감찰 조사 결과 불문(무혐의) 처분했다.
하준호·최서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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