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낸다는 사실이 슬프다" 터져 나온 눈물…세월호 9주기
“너는 그렇게 갔는데 남은 우리가 어떻게 살 수 있다는 건지. 그런데도 어떻게든 잘 지낸다. 이렇게 잘 지낸다는 사실이 슬프다.”
덤덤하게 편지를 읽던 이영수씨가 잠시 울먹이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씨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2학년 6반 학생 이영만군의 형이다. 이씨는 “너희의 죽음만 특별하게 기억하려는 게 아니라 모든 죽음이 위로 받을 일이고, 모든 생명이 귀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너한테 한 약속들이, 9년 동안의 다짐이 모두에게서 희미해지는 것 같아서 너무 무섭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9주기 기억식에 2000명 참석… 10주기 위원회 발족 선언
16일 오후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아이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추모식 대신 ‘기억식’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기억식에는 희생자 가족 등 2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된 기억식은 추도사 낭독, 참사 희생자 수와 같은 수인 시민 304명의 대합창, ‘10주기 위원회 발족 선언문’ 낭독, 참사 희생자 가족인 이영만씨의 편지 낭독, 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추도사를 읽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명복을 빈다”며 “참사가 남긴 가슴 아픈 희생과 교훈을 마음속에 되새겨 더는 두려움과 슬픔이 아닌, 희망과 생명이 가득한 안전한 바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4·16생명안전공원 착공” 촉구…보수 단체는 반대 집회
희생자 가족들은 4·16생명안전공원 건립과 책임자 처벌 등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우리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9주기를 기점으로 세월호 운동으로 확산해 나가겠다”며 “국가와 안산시와 국회는 합심해서 반드시 올해 안에 4·16생명안전공원을 착공하도록 역할을 다 해 달라”고 호소했다.
기억식은 오후 4시 16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이렌을 1분간 울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행사장 주변에선 소란이 이어졌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이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반대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해당 집회 참석자들은 “4·16생명안전공원이 정치적 이용 도구의 연장선일 뿐”이라며 “(안전공원 부지인) 화랑유원지를 시민에게 온전히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곳곳에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반대 현수막을 걸고, 안산시에 3만 4000여명이 서명한 건립 반대 서명서도 제출했다고 한다.
여야 지도부 모두 참석… 부총리는 6년 만에 불참
이날 기억식엔 조 장관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불참했다. 지난 6년 동안 열린 세월호 기억식에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매번 참석했었다. 이에 대해 추도사를 낭독한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 유가족을 대하는 국가의 입장”이라며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미국·일본 출장으로 기억식에 불참한 김동연 경기지사는 염태영 경제부지사가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유가족과 생존희생자, 그리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수많은 시민과 뜻을 같이하겠다”고 했다. 해외 출장 일정을 조정해 행사에 참석한 이민근 안산시장은 “10주기인 내년엔 조금 더 화합되고 치유된 안산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인천에선 일반인 희생자 추모식
최모란·심석용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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