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가나" 2억 뛰었지만…4424가구 쪼개진 은마 리스크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재건축단지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조합 설립을 앞두고 있다. 조합이 설립되면 재건축 사업의 5부 능선은 넘은 것이다.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은 “드디어 재건축으로 가는 거냐”며 기대감을 나타냈고, 이를 반영하듯 최근 아파트 시세도 반등했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은 험난하다. 특히 은마아파트 4424가구 소유자들이 여러 파벌로 갈라져 반목하는 상황이 가장 큰 리스크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입구엔 “조합 설립 동의서 제출”을 독려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은마상가 내 재건축 추진위원회 사무실 앞 복도는 동의서 수령 업무를 위해 투입된 10여명의 단기 고용 직원들로 분주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아파트 소유자는 지금까지 절반 정도가 동의서를 냈다”며 “다만 상가 쪽은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말했다. 조합 설립을 위해선 아파트 소유자의 75%, 상가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앞서 지난달 은마 추진위는 동의서 징구 절차에 들어갔다. 서울시의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 고시가 지난 2월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정비구역 고시는 이 단지가 재건축을 처음 추진한 1999년 이래 24년 만이다. 추진위는 빠르면 오는 7월까지 조합 설립 절차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준공 시점은 10년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 설립이 가사화하면서 아파트 시세도 1억~2억원 올랐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전용 76㎡의 경우 21억~21억5000만원, 84㎡는 23억5000만~24억5000만원 선이다.
대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조합 설립 전에 매수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었다”며 “오랫동안 재건축이 지연되면서 눌려 있던 기대감이 이번 조합 설립을 앞두고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강남구청은 이 아파트의 일반 분양가(7700만원)를 3.3㎡당 7100만원으로 책정했다. 역대 최고가인 래미안원베일리(5625만원)보다 약 1500만원 높다.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조합 설립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중 ‘파벌 리스크’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벌써 조합 설립 절차의 핵심인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현 추진위와 몇몇 소유자단체가 힘겨루기에 나섰다. 최근 추진위가 동의서 작업을 위해 첨부한 조합 정관 안에 대해 은마소유자협의회(은소협) 등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은소협은 안 중 ‘당연퇴직 및 직권면직 조항’이 빠졌다며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추진위는 퇴직 관련 내용은 추후 창립총회에서 결정되는 ‘행정업무규정’으로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또 이날 오후 추진위는 소유자들에게 조합 설립이 예정보다 한달가량 늦춰질 것이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이에 은소협은 “추진위가 최근 ‘추정 분담금 산정 오류를 보완하라’는 강남구청의 공문으로 인해 일정이 늦춘 것으로 보인다”고 자체 커뮤니티 등을 통해 주장했다.
그러나 추진위는 “상가 동의서 지연 때문으로 다른 문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500여 점포로 구성된 은마상가는 독립정산제로 등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 추진위의 전신인 ‘은마반상회’ 등 여러 개의 소유자협의회는 주로 포털사이트 블로그나 커뮤니티, 메신저 서비스 등 주로 온라인을 매개로 활동 중이다. 이로 인해 분란만 더 커진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소유자 모임 등이 전문성보단 세를 키우는 쪽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전문 법무법인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는 재건축·재개발 조합 임원에 하려는 사람 중에 조합원의 기대치를 만족하게 할만한 능력자가 드문 게 현실”이라며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정비업체에 휘둘리게 되고, 다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는 현 추진위와 전 추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단체, 은소협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향후 치러질 조합장 선거에서도 이들 단체가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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