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징계 주춤한 사이…"국힘과 결별" 전광훈이 선수쳤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여권의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새 윤리위원회를 꾸려 전 목사 관련 설화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려 하자 전 목사가 먼저 ‘결별’ 선언을 예고한 것이다.
16일 사랑제일교회에 따르면 전 목사는 17일 오전 ‘국민의힘과 결별, 광화문 전광훈 목사 단독으로 간다’를 주제로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전 목사는 16일 자신의 설교 때도 “내가 광화문 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1인자 아니냐”며 “국민의힘이 나가라고 하니 ‘우리가 나가주겠다’는 내용의 선포식을 내일(17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그러면서도 “광화문이 없으면 어떤 우파 정당도 성공할 수 없다”며 “내가 시범을 보여주겠다. (국민의힘은) 두 달도 안 돼 우리에게 다시 들어와 달라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손 잡고 가야 할 사람은 손절하고, 손절해야 할 사람에게는 손절당하는 치욕스런 일이 생기게 됐다”고 적었다. 지난 1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한 걸 언급한 것이다. 홍 시장은 이어 “선후도 모르고 앞뒤도 모르는 그런 식견으로 거대 여당을 끌고 갈수 있겠냐”며 “귀에 거슬리는 바른말은 손절·면직하고, 당을 욕설 목사에게 바친 사람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홍 시장은 전날에도 “당비를 매월 50만원씩 내는 책임당원으로서 당이 잘못된 길을 가거나, 나라가 잘못된 길을 가면 거침없이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바로잡을 것”이라며 김 대표를 향한 공세를 예고했다.
전 목사가 선수를 치면서 국민의힘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3·8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김재원 최고위원이 나흘 만인 지난달 12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발언을 한 이후 한 달 넘게 징계를 주춤하는 사이 전 목사가 북 치고 장구 치는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이양희 전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던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인선하며 곧 징계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김기현 대표는 16일 전 목사의 결별 기자회견 소식에 “그분은 우리 당 사람도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전 목사 관련 비판이 나올 때마다 ‘전 목사의 당적이 국민의힘이 아니며, 그런 외부인에게 국민의힘이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전 목사 문제를 김 대표와 결부시키려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홍 시장 역시 국민의힘과 전 목사의 관계 단절에 대해 “마치 태권도의 약속 대련처럼 연결고리를 살려 놓기 위해서 하는 약속대련 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내에선 전 목사의 돌출 발언도 우려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도 “정치인은 내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단절이라고 하면서 또 어떤 예측불가한 이야기를 할지 걱정스럽다”며 “전 목사를 둘러싼 당내 여러 목소리가 또 갈등으로 비춰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비공개로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김 최고위원은 방명록에 “광주 시민의 아픔과 민주 영령님들의 희생을 늘 기억하겠다. 깊은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적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 4·3 추념식 불참과 관련해 “4·3은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적어 논란을 일으켰던 김 최고위원은 광주 방문에 앞서 제주 4·3 평화공원도 참배했다. 김 최고위원은 잇따른 실언 뒤 최근 공개 활동을 중단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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