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이 사진에 촉 왔다…FBI보다 먼저 유출자 집 찾은 NYT
미국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공군 소속 잭 테세이라(21)가 기밀 문건 유출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기 전 뉴욕타임스(NYT)가 별도로 유출자를 특정하고 테세이라의 집 주변에 한발 앞서 도착했다고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사회에선 전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기밀 유출자가 21세 공군 일병이란 점에서 특히 논란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애초 일병인 테세이라에게 왜 기밀 문건 접근권이 있었는지 이유 파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NYT "FBI보다 먼저 도착"
15일(현지시간) NYT에 따르면 NYT의 기자들이 13일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테세이라의 집 앞에서 그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와중에 FBI 요원 6명이 출동해 그를 체포했다. 매체는 또 테세이라에 대한 체포는 NYT가 유출자를 지목한지 1시간 30분 후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NYT는 유출된 문건의 사진 속에 나온 주방 조리대 무늬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고 밝혔다. 매체는 기밀 문건이 올라온 게임 채팅방 운영자(테세이라)의 온라인 계정을 통해 테세이라 가족들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찾아봤다. 가족이 올린 게시물을 분석하던 NYT 취재진은 테세이라의 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서 주방 조리대의 회색빛 화강암 무늬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이 무늬는 테세이라가 유출한 문건 사진에서 배경으로 등장한 조리대 무늬와 일치했다. 테세이라가 집 조리대 위에서 문건 사진을 찍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리대 아래엔 흰색 타일 바닥이 깔려있기도 했는데, 여러 유출 사진 가운데 이 타일이 찍힌 사진도 있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NYT와 협력해 테세이라를 추적한 영국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의 아리크 톨러는 "FBI는 우리가 용의자를 알아내기 최소 하루 전에 이미 용의자를 특정하고 감시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동창들 "총·군대·전쟁에 집착한 아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4일 "나는 우선 그(테세이라)가 애초에 왜 (기밀 문건에) 접근권이 있었는지 근본 원인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 폭넓게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며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조사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테세이라가 기밀 정보를 관리하는 부서에서 기술 업무를 맡아 경력이 짧고 낮은 계급의 사병임에도 1급 기밀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기밀 문건의 미승인 반출·보유 등 등의 혐의로 기소된 그는 체포 하루 만인 14일 법정에 출석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날 심리가 끝난 후 법정에 있던 그의 아버지가 "잭, 너를 사랑한다"고 외치자 테세이라도 "저도 아버지를 사랑해요"라고 답했다고 CNN은 전했다.
CNN 등에 따르면 테세이라의 동창생들은 그에 대해 "총과 군대, 전쟁에 집착한 아이" "실제 친구보다 온라인 친구가 더 많은 조용한 아이"라고 말했다.
그의 유출 동기는 내부고발이라기보다 과시용이란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미 수사 당국은 정확한 동기를 집중 조사 중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방부 관리를 지낸 캐시 파텔은 15일 "이번에 유출된 기밀은 테세이라와 같은 하급 기술 전문가가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따라서 유출 협력자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출 사태, 美의 동맹 도·감청 법에 도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 이번 기밀 유출 사태가 동맹·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베트남 방문 도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는 이런 유출이 발생한 이후 동맹·파트너들과 고위급에서 접촉하고 있다"며 "우린 정보 보호와 안보 파트너십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분명히 했다"고 답했다.
이어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들은 것은 우리가 취하고 있는 조치를 좋게 평가한다는 것이었고, 우리의 협력에 그것이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며 "난 그런 것(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거나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기밀 유출 사태가 오히려 동맹국에 대한 미 정부의 도·감청 근거가 되는 법률의 시한 연장을 추진하게 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의회가 재승인하지 않으면 올해 연말 효력이 만료 예정인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의 시한 연장을 위해 의회를 설득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 조항은 당초 테러 용의자 감시 목적이었으며 미 국가안보국(NSA)이 구글 등 미 소유 플랫폼을 이용하는 해외 거주 외국인의 통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다.
도·감청으로 수집된 정보로 미국의 이익이 얼마나 보호받는지 보여주기 위해 미 관리들은 일부 정보의 기밀을 해제하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유출 문건으로 저절로 그와 같은 효과가 발생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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