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피바람" 경고 현실화…구속된 이정근 檢서 입 열었다
“만약 이정근 위원장이 구속된다면 더불어민주당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변호를 맡은 정철승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이 전 부총장 구속영장 실질심사 직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 전 부총장은 민주당 서울 서초갑 지역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정 변호사는 “이 위원장은 발판이나 교두보일 뿐”이라며 “민주당은 이 심각한 상황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라고 경고했다.
지난 주 검찰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이 전 부총장 휴대전화 녹취파일뿐 아니라, 이 전 부총장 본인의 진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전 부총장을 기소할 즈음, 3만여개의 통화 녹음 중 5000여개를 분석한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엔 이 전 부총장이 전향적인 진술을 하지 않아 구체적인 통화 맥락은 파악하지 못했다.
이 전 부총장은 수사 초기 검찰이 돈 봉투 관련 통화 녹음에 대해 물어봤을 때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구속 이후 변호인 입회 없이도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는 등 일부 혐의에 대해 인정하며 태도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상태의 괴로움과 함께, 이번 사건을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하는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반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히 통화 내용에서 언급된 것만으로는 현역 국회의원 2명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건 관계인의 진술이 필수인데 이 전 부총장 말고는 해당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단순히 지시를 받고 돈 봉투를 전달하는 역할만 했다면 상대적으로 형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이 전 부총장의 심경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이 전 부총장은 불법 정치자금인 것을 알고 돈 봉투를 전달했기 때문에 금품공여자 공범으로 처벌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순 전달자로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이행했다면, 돈 봉투 전달을 지시하거나 돈을 마련한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한 변호사는 “단순 전달만 했을 경우 집행유예도 받을 수 있다”며 “책임을 윗선으로 넘기는 것이 향후 재판을 고려하더라도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전 부총장과 검찰 사이에 플리바게닝(유죄 인정 조건부 형량 협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라디오에 출연해 “10억원대 금품수수·알선수재에 정치자금법 위반까지 되면 제 감으로는 한 5년 정도 구형을 해야 마땅한 것으로 본다”며 “이씨가 수사에 협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3년을 구형했다는 것은 집행유예를 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12일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 전 부총장 측은 플리바게닝 의혹에 대해 “검찰과 거래한 사실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창훈·김철웅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토커가 감옥서 편지"…치과의사 이수진에 온 소름돋는 협박 | 중앙일보
- 김호중·송가인 결혼한다고? 유튜브 퍼진 '연예인 착취물' | 중앙일보
- "발버둥 화보" 김건희 여사 비난에...아기 엄마 밝힌 '반전 진실' | 중앙일보
- "목욕 올래?" 킹받는 전남친…"가스라이팅 체험" 입소문난 영화 | 중앙일보
- 해안가 걷다 알아냈다…제초제 없는 '무농약' 제주 골프장 비결 | 중앙일보
- 110년 지나도 촌스럽지 않다, 효리네도 쓴 생활명품 [비크닉] | 중앙일보
- 아들 죽인 불곰…"사살 안된다"며 엄마가 지목한 범인 | 중앙일보
- 땅에 새우 키워 연 16억…소형차로 귀촌해 제네시스 타는 그들 | 중앙일보
- 작년 기름값만 200억 아꼈다…일석삼조 '하늘 위 지름길' | 중앙일보
- 토트넘 손흥민, 클린스만 앞 2연속골...황희찬도 터졌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