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집에 140번 '쾅쾅'…선고날까지 천장 때리던 60대 감방행
윗층을 향해 수개월간 100여차례 이상 ‘보복 소음’을 낸 60대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음향을 이용한 괴롭힘에 스토킹 처벌법이 적용되면서다.
140차례 '쾅쾅'...검경 "스토킹 해당"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 백광균 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A씨에게 지난달 29일 징역 1년 6월과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또 12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1월부터 6개월간 부산 자신의 집에서 고무망치로 천장·벽면을 치거나 고성능 스피커로 굉음을 내는 등 수법으로 140차례에 걸쳐 위층에 사는 B씨 부부(60대)를 괴롭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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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잃고, 아내는 체중 38㎏까지 줄어"
A씨와 B씨는 20여년 전부터 아래·위층에 거주해왔다. A씨가 보복 소음을 내기 시작한 건 2016년 B씨 부부가 손주를 돌볼 무렵부터였다고 한다. 그러다 2021년 정도가 심해졌다.
B씨는 “사소한 생활 소음에도 즉각 반응(보복 소음)이 왔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거나 물만 내려도 화장실 바닥이 (고무망치 소리에) 쿵쿵 울렸다”며 “부드럽고 두꺼운 슬리퍼를 신은 채 조심히 걸어도 거실, 주방 등 발걸음마다 따라오며 (망치를) 두드려댔다. 살얼음판 위를 걸어 다니는 듯 피가 말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잠을 못 자 불안과 신경과민에 시달려 직장을 잃었다. 건강하던 아내의 몸무게가 38㎏까지 준 적도 있다”며 “소음갈등을 피하려 손주는 물론 가족도 집 안에 들이지 않았다. 명절 등을 모두 집 밖에서 치렀다”고 주장했다.
10만원 벌금 내고 그만이었던 층간소음
층간소음은 대개 경범죄처벌법으로 1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2021년부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찰은 여러 차례 중재와 2차례 벌금에도 A씨가 이를 무시한 채 지속·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자 ‘음향으로 상대에게 불안·공포감을 준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적용했다.
주로 남녀 사이의 ‘젠더 범죄’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의 스토킹 처벌법이 층간소음 가해자에게 적용된 것이다. 검찰 역시 이를 유지했다.
선고 당일 오전에도 보복 소음
A씨의 보복 소음은 경찰조사가 이뤄진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선고 당일(지난달 29일) 오전까지도 이뤄졌다. 법원은 실제 범행기간은 검찰 기소 때 인정된 부분(6개월)보다 더 길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백 판사는 “A씨는 B씨 부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소음을 수년간, 끊임 없이 일으켰다”며 “재판에 넘겨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같은 행위를 지속·반복하고 있다. 스스로 범행을 그만둘 가능성은 영(0)”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법을 무시하는 A씨의 태도와 재범 위험성 등에 비춰 스토킹 범죄를 뿌리 뽑을 만한 엄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형사소송에서 승소한 B씨는 실직과 신경과민 등 물질·정신적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민사를 제기할 경우 A씨 측의 보복 소음과 B씨 피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는지 다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기준·범위 모호한 층간소음 스토킹
다만 모든 층간 소음 다툼에 스토킹 처벌법이 적용되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판단 기준과 범위가 아직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한병철 법무법인 대한중앙 대표변호사는 “층간소음 가해자를 스토킹범으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정도 이상의 소음이 지속·반복됐다는 점이 (스토킹 범죄로) 인정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그런데 스토킹 범죄가 성립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속·반복적인 괴롭힘이 있어야 하는지 아직 규정이 분명하지 않다”며 “이런 규정이 마련돼야 앞으로 층간소음 분쟁 및 대처에서도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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