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 지붕에 두 시어머니’ 인천공항, 이중규제 해소 나선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중복 지정돼 있는 공항구역에 대한 문제점 개선에 나섰다. 인천공항 측은 16일 “경제자유구역의 일부 해제 방안과 관련한 연구용역 발주를 준비 중이며, 이달 중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전체 공항구역(약 5317만㎡) 중 약 31%인 1667만㎡가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국제도시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 경제자유구역)’으로 중복 지정돼 있다. 이 구역에서는 공항시설법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의 이중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공항이나 공항 입주사 입장에서는 비슷한 인허가 절차를 두 차례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한 지붕 아래 시어머니가 둘 있는 셈이다. 전국 9개 경제자유구역 중 공항구역과 중복으로 지정된 곳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인천공항 측은 “용역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해제가 필요한 지역과 존치할 지역(개발 완료된 지역 등)을 구분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및 경제자유구역청과 사전 협의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변경(일부 해제)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제자유구역법(제8조)에도 ‘다른 법령에 의한 지역·지구 등으로 중복 지정돼 개발이 곤란한 경우’에는 경제자유구역을 해제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공사의 일부 해제 추진에 산자부나 경제청도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복 지정으로 인허가에 시간 두 배
실제 곳곳에서 공항 입주업체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공항시설법상 인허가는 사업 규모에 따라 통상 3~6개월가량 걸린다. 여기에 경제자유구역 인허가는 6개월~1년이 추가로 소요된다. 인천공항 측에서 “건물 하나 증축하는 데 1년 반~2년이 걸린다”는 푸념하는 이유다. 이런 부담이 결국 공항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게 인천공항 측의 판단이다.
투자 기업 입장에서는 혜택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른 건폐율·용적률 상향 조항의 경우 공항구역은 고도제한(52m) 때문에 적용이 사실상 불가하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2015년 감사원은 인천 공항구역의 경제자유구역 중복 지정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과 사업 개발 지연 등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일부 보완 법안이 신설되고, 공항 내 경제자유구역 부지 중 일부가 해제된 게 전부다.
인천공항은 특히 중복 구역 내 첨단복합항공단지는 구역 해제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 측은 “첨단복합항공단지는 앞으로 수많은 국내·외 기업의 유치가 이루어질 곳으로 보다 신속하고 간소화한 인허가가 필수적”이라며 “이와 더불어 공공 청사와 호텔·오피스텔 등 공항지원 시설이 밀집한 제1국제업무지역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유지될 이유가 덜한 만큼 해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도 동일 사업에 대한 다수 부처의 이중 규제 해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민간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규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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