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꺼내자 中 끝내 폭발…면전서 직격탄 날린 독일 여장관
중국을 찾은 안나레나 배어복(43) 독일 외교장관이 대만, 인권, 우크라이나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현안을 놓고 할 말을 하며 중국 측과 이견을 숨기지 않았다. 공식 석상에서 “중국 내 인권 제한에 우려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로 인해 중국측 카운터파트와의 설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앞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뒤 ‘대만 문제는 사실상 유럽의 일이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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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복 “대만 일방적 변경, 수용 불가”
베어복 장관의 거침없는 메시지는 14일 친강 부장과 베이징서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로이터가 보도한 영상에서 배어복 장관은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굳게 지지하지만, 갈등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며 “일방적이고 무력을 사용한 현상의 변경은 유럽인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무력을 동원한 현상 변경’ 표현은 서구 외교가에서 중국의 강압적인 대만 압박을 비판할 때 사용한다.
친강“해외 세력이 대만 분열”
친강 부장은 이에 대해 “근년래 대만해협 정세 긴장의 근본 원인은 섬 내 ‘대만독립’ 분자가 해외 세력의 지지와 조종 아래 분열 활동에 의지했기 때문”이라며 “대만해협 정세의 안정과 지역 내 평화 안녕을 수호하려면 기치 선명하게 ‘대만독립’에 반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베어복 장관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놓곤 “우리는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해 비싼 값을 지불했다”며 “같은 실수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어떤 길을 택할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선택에 따라 유럽이 장차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어느 정도로 함께할 수 있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중국과 함께 할지는 중국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이에 친강 부장은 “과거 서구 식민주의는 세계에 큰 고통을 안겼다”며 “중국은 서구 식민주의의 낡은 경로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대신 인류가 평화와 안정을 얻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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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복 “러시아에 왜 정전 요구 않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놓고도 베어복 장관은 거침없이 얘기했다. 그는 “중국의 ‘정치적 해결’ 입장 문건에 침략자인 러시아에 정전을 요구하는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친 부장은 이에 대해 “중국은 충돌과 관련된 나라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으며 법규에 따라 군민 양용 물품의 수출을 관리 통제한다”고 말했다. 친 부장의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중국 최고위급 관리의 발언이라고 미국 AP통신은 보도했다.
베어복 장관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까지 공식 석상에서 언급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시민사회의 참여 공간이 끊임없이 축소되고 인권이 제한을 받는 점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친 부장은 이에 “세계에 인권에 대한 하나의 기준은 없다”며 “중국은 서방에 ‘설교’는 필요하지 않다”고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15일 출국 전에 이뤄진 회담에서 왕이 주임은 독일 통일을 언급했다. 왕 주임은 “중국은 일찍이 독일의 통일 실현을 지지했다. 독일도 중국의 평화적인 통일 대업을 지지하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베어복 장관은 이에 대해 “독일은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중요성과 민감성을 이해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한다”고 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배어복 장관이 방중 기간 대만 해협의 안보에 우려를 표시한 데 감사를 표시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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