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한국' 비상 걸렸다...글로벌 수출 점유율 2.7% 역대 최악
지난해 한국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출 버팀목’으로 불렸던 반도체 부진에다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지 못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무역협회와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출액(24조944억8900만 달러) 중 국내 수출액은 6835억8500만 달러로, 비중이 2.74%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2.6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2019년부터 한국의 수출 시장 점유율은 2.85(2019)→2.9(2020)→2.88%(2021년)로 ‘2%대’에 갇혀 있다.〈그래픽 참조〉 한국의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4년(3.02%) 3%를 넘은 후 2018년(3.09%)까지 5년 연속 3%대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대표 수출 품목이었던 반도체는 위기를 넘어 ‘비상사태’ 수준이다. 전체 품목 중 수출 비중이 2018년 20.9%까지 올랐지만, 이듬해부터 4년 연속 17.3(2019)→19.4(2020)→19.9(2021)→18.9%(2022년)로 하락하며 20%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최근 ‘반도체 한파’ 속에서 10%도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 1~3월엔 수출 비중이 13.6%까지 하락했다.
무역(수출입)수지도 악화하고 있다. 무역적자는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이어졌다. 지난해 전체 무역 규모에서 차지하는 적자 비중은 3.4%로,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때(3%)보다 0.4%포인트 높았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올 1~3월 무역적자 규모는 224억100만 달러로 이미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477억8400만 달러)의 46.9% 수준이고, 비중은 6.9%로 지난해(3.4%)의 2배를 넘는다.
무역수지 악화의 원인은 한국의 불안한 수출 구조에 있다. 한국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74%에 이른다. 중국·베트남 등은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으로 만들어 다시 수출해왔는데,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 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중국은 중간재의 자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다. 중간재 수출이 더는 ‘미래먹거리’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것도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엔 수급 불균형 문제가 생겼다. 결국 ‘3대 에너지원’인 석유·석탄·가스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 또한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더욱이 미·중 무역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재편에 따른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 확산 등으로 한국의 ‘수출 겨울’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출 부진 우려는 이미 컸는데,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좀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은 다른 ‘1조 달러 주요 교역국’과 비교했을 때 상위 5대 품목의 비중이 높았다.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따라 1~2개 산업이 내림세를 보이면 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반도체 착시’에 의해 전체 수출이 좋은 것처럼 보여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배터리·바이오 등 새로운 품목에서 성과가 보이지 않는 점이다. 또 이들 품목은 소재·원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국내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게 딜레마”라며 “현재는 ‘보조금 전쟁’ 상황이다. 자국 중심주의를 추진하는 미국·유럽 등에서 보조금으로 통상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데, 한국도 비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R&D) 및 시장 개척을 위해 세제·자금 지원을 과감히 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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