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 깊고 상냥했는데"…기시다 테러 용의자 이웃들 놀랐다
지난 1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폭발물을 던진 뒤 체포된 용의자 기무라 류지(木村隆二·24)는 사건이 발생한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 어시장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효고현 가와니시(川西)시 출신이다.
16일 아사히신문·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무라는 이 지역에서 공립 초·중·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토박이다. 2008년쯤 부모, 형·누나와 함께 가와니시시의 한 공동주택에서 인근의 2층짜리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뒤 지금까지 살고 있다. 15일 밤 일본 취재진이 기무라의 집을 찾았을 때는 차고에 승용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고, 꽃이 심어진 정원은 잘 가꿔진 상태였다.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16일 기무라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 중이다. 또한 이날 기무라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화약물질로 보이는 물건을 확보했다. 기무라의 가족은 경찰에 “(기무라가) 전날 밤엔 집에 있었는데 사건 당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사라져 있었다”고 말했다.
기무라는 체포된 직후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범행 동기와 공범 유무 등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기무라의 휴대전화에 남겨진 이력을 분석히고 기무라의 지인들을 불러 범행 동기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무라의 이웃 주민들은 “(기무라가) 사건을 일으킬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놀랐다. 그를 효심이 깊고 상냥한 청년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동네 주민 여성은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에 “(기무라의 집) 근처에는 슈퍼나 편의점이 없기에 (기무라가) 어머니를 차로 모시고 가 일용품 쇼핑을 돕고 정원 관리도 기무라가 주로 하고 있었다”며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도 요미우리에 “부모에게 효도하는 줄 알았다. 온순한 인상이고 지나칠 때면 인사도 했다”며 “사건을 일으킬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슈칸분슌에 따르면 기무라는 지난 2021년까지는 아침에 집을 나와 저녁에 귀가하는 생활을 보냈지만, 그 이후엔 동네 주민들이 집 밖에서 기무라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동네 주민은 “평일 낮에 집 2층 창을 통해 기타 소리가 들렸다”며 “기무라가 자작곡인 듯한 노래를 부르며 서투르지만 기타를 열심히 연주했다”고 전했다. 70대 여성도 아사히에 “집에서 가끔 기타를 치며, 요즘 유행하는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기무라는 초등학교 졸업문집에서 장래희망으로 “파티시에 또는 발명가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과자를 먹는 사람이 비밀로 하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과자를 많이 만들고 싶다”라고 썼다. 또 “노인을 위해 요리나 빨래를 하는 로봇과 같이 도움이 되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라고도 했다.
기무라와 초·중학교를 같이 다닌 여성은 “초등학생 때는 밝고 리더십이 있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창생 남성은 “조용하고 중학교 때는 교실에서 혼자 책을 읽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기무라는 지난해 9월 24일엔 자민당 계열의 가와니시 시의회가 개최한 시정 보고회에 참석했다. 유권자 약 70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그는 시의원에게 의정활동과 관련해 “가와니시 시의원의 보수는 괜찮은가” 등을 질문했다. 가와니시 시의회 관계자는 “20대 청년의 참여는 흔치 않은 일로,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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