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보다 이복현 입김? 1년반전 수준 떨어진 은행 대출금리

김경희 2023. 4. 1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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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약 1년 반 전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레이스가 시작된 약 1년 반 전 수준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긴축 종료 기대로 시장(채권) 금리가 떨어진 데다, ‘이자 장사’ 비판에 은행들이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선 탓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40∼5.801% 정도다.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는 2021년 9월 말(3.220%)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된 건 2021년 8월이다. 대출금리가 사실상 통화 긴축 시작 지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주요 대출금리의 하락 폭은 지표금리(대출ㆍ예금금리를 결정할 때 지표가 되는 시장 금리) 하락 폭보다 컸다. 한 달 보름 전인 3월 3일과 비교하면 주담대 하단금리는 0.770%포인트 하락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 낙폭인 0.619%포인트(4.478%→3.859%)보다 0.151%포인트 컸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연 4.680∼6.060%)도 0.740%포인트 낮아졌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물 하락 폭(0.411%포인트)의 거의 두 배였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는 시중은행이 ‘이자 장사’ ‘성과급 잔치’ 비판에 0.3%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 인하에 나선 영향이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하나ㆍ국민ㆍ신한ㆍ우리은행을 차례대로 방문했고, 그때마다 각 은행은 ‘선물 보따리’처럼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내놨다.

올해 초 연 8%에 달했던 대출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위축됐던 주담대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은행권 주담대 잔액(800조8000억원)은 2월 말보다 2조3000억원 증가했다. 2월 은행권 주담대는 전월 대비 3000억원 줄어 2014년 1월(-3000억원) 이후 9년1개월 만에 뒷걸음쳤는데, 한 달 새 다시 늘었다. 특히 전셋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세자금대출이 2조3000억원 줄었지만, 일반 주담대가 4조6000억원가량 늘면서 전체적으로 증가 전환했다. 한은은 “전세자금 수요 감소가 지속됐으나 아파트 매매 증가, 특례보금자리론 실행 등 여러 영향으로 주담대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ㆍ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해 생애 첫 주택 매수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매입자 연령대별 주택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20대 이하와 30대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31.96%로, 2021년 1월(33.0%)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대였다. 일각에선 대출금리 하향세를 틈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는 사람)’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하면서 시장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과도하다”고 경고했지만 잘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질 거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하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당국의 인위적인 금리 인하 압박이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와 엇박자란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눈치를 보느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자꾸 내리면 유동성이 늘어나 결국 물가를 잡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대금리차(예금ㆍ대출금리 간 차이)는 은행 산업의 과점적 요소도 있어 정부가 마진을 좀 줄이도록 지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것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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