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날아왔다…그래도 "에코프로 과열" 경고한 용감한 애널, 왜

김연주 2023. 4. 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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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거래 가격이 증권사의 목표 주가보다 매우 높은 주식. 이례적인 이 현상의 주인공은 국내 증시를 달구며 코스닥 시장의 대표주자로 올라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이다. '에코프로 형제주'로 불리는 두 종목은 장안의 화제가 됐지만, 이들 종목의 주가가 수직 상승하던 지난 3월 증권사의 분석 보고서는 자취를 감췄다. ‘주가 과열에 따른 분석 포기’였다.

긴 침묵을 깬 건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다. 지난달 30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중립’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매도 보고서를 찾기 힘든 국내 시장 분위기에선 사실상 '매도 리포트'로 여겨졌다. 그리고 지난 12일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에코프로 형제주’ 과열 현상에 브레이크를 건 보고서의 등장이다.

개인투자자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에코프로 그룹 주를 열렬히 지지하는 상황에서, 주가에 부정적인 보고서가 나오면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에게는 비난이 쏟아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도 경고의 목소리를 낸 두 명의 '용감한 애널리스트', 한병화·김현수 연구원을 지난 13일 만났다. '에코프로 형제주' 주가에 대한 판단과 투자자가 간과하고 있는 위험은 무엇인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한병화 애널리스트가 13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프라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①왜 중립·매도 보고서 냈나


국내 증권시장에서 매도나 중립 의견 보고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발간된 1만 5037개의 보고서 중 중립 의견은 843개로 전체의 5%, 매도(비중축소 포함) 의견은 8개로 0.05%에 불과했다. ‘살만한 기업’만 커버하는 문화에다 분석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해 매도 보고서를 쓰지 않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지는 탓이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에코프로 첫 매도 리포트를 낸 김 연구원은 “버블이나 저평가가 발생할 때 기준점을 제시하는 게 애널리스트의 직업 소명"이라며 "5년 뒤 실적까지 반영해도 주가가 적정가치를 한참 넘어 있어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김 연구원의 매도 보고서가 공개된 당일인 지난 12일 에코프로 주가는 16.78% 주저앉았다. 다음날인 지난 13일에도 5.16% 빠졌다. 부담이 다른 때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김 연구원은 “오히려 (주가가) 빠질 때 사라고 추천하는 게 어렵지 이번처럼 과열 구간에 매도 보고서를 내는 건 덜 부담스러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욕설이 담긴 메일이 발간 이후 부쩍 늘었지만 열어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첫 중립 의견을 낸 한 연구원은 “공매도에 대한 개인들의 불만에 공감하고 보고서에도 종종 적어왔다”면서도 “지난해 3분기에는 에코프로비엠이 좋은 기업임에도 공매도에 눌려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개인의 과도한 매수세가 공매도를 불러들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②적정 주가는 어느 정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올해 들어 에코프로는 장 중 82만원까지, 에코프로비엠은 31만 5500원까지 고공행진했다. 연초 대비 각각 627%, 237% 치솟았다. '과열' 목소리가 커지자 두 종목의 주가는 지난 13일부터는 내리막을 탔다. 지난 14일에는 에코프로는 61만1000원, 에코프로비엠은 27만7500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두 연구원이 제시한 목표주가(에코프로 45만4000원, 에코프로비엠 20만원)보다는 35%가량씩 높다.

두 사람 모두 에코프로 그룹이 "탁월한 기업"이라는 데 동의한다. 한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글로벌 경쟁력, 특히 하이니켈 삼원계(세가지 물질을 소재로 쓴 배터리) 부문에서의 기술은 당분간 대체 불가”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도 “에코프로는 계열사인 비엠과 이노베이션, 메테리얼즈, GNC를 통해 수직계열화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가장 큰 경쟁자였던 중국을 배제해 한국 기업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된 것도 호재”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럼에도 미래의 위험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기업’은 아니라는 것이 두 사람의 지적이다. 과열된 주가를 정당화하려면 어떤 가정이 필요할까. 한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이 10년 뒤에도 확고한 1위 업체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2035년 전기차 침투율 100%를 확신한다면 30만 원이 넘는 주가가 적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는 많다. 리스크(위험)를 주가에 반영해야 하는 이유다. 한 연구원은 "한국 의존도가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IRA 규정도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며 "법안을 통과시킨 유럽과 달리 미국의 전기차 보급이 늦어질 수 있고, 삼원계 배터리와 보다 가격이 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간의 싸움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것도 변수”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도 “미국 대선에서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길 경우 친환경 기조가 후퇴할 수 있고, 신규 진입 회사가 많아지는 만큼 향후 강력한 경쟁자가 나올 가능성이 제로(0)인 것도 아니다”며 “미래의 리스크를 반영하지 않은 가격에 주식을 사는 건 그만큼 투자자가 위험을 지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③개인 투자자 '공매도'와 '전문가 불신' 현상


'에코프로 형제' 주가 급등 현상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은 ‘공매도’와 ‘여의도 전문가’에 대한 불신 및 적대감이다. 개인투자자는 애널리스트로 대표되는 여의도 전문가들이 의도적으로 에코프로 관련주를 ‘과소평가’한다는 불만을 드러낸다.

비판을 쏟아내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2022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잘못 추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대다수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비엠의 매출을 약 2조원, 영업이익을 20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하지만 실제 에코프로비엠의 2022년 매출은 매출 5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3800억원이었다. 예상치보다 배가량 높았다.

이에 대해 두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과의 공급망 단절로 리튬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고, 그에 따른 ‘래깅’(시차로 인해 원료를 싸게 사와서 완성품은 비싸게 판매하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였지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김 연구원이 에코프로에 매긴 목표주가(45만4000원)가 ‘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연구원은 “주가는 보통 1년 뒤 실적까지 반영하지만 2차전지는 성장이 가시권에 있다고 봐 2027년 실적까지 반영했다"며 "그렇게 봐도 지금 주가는 비싸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주회사인 에코프로의 가치는 주요 자회사의 가치를 얼마나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김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주요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2027년 매출을 34조원으로 추정해 에코프로 주가에 반영했다. 에코프로비엠의 2022년 매출이 5조원인데 앞으로 5년간 7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일부 투자자는 비상장 자회사인 에코이노베이션의 가치를 과소평가했다고 비판한다. 김 연구원은 “매출에 영향을 주는 수산화리튬 가격이 2020년 kg 당 7달러에서 2022년 75달러까지 상승했는데 다시 10달러 미만으로 회귀한다고 가정했다”며 “수산화리튬 가격을 높이면 에코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는 기존 7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산출되는데, 이를 반영해도 에코프로의 적정 시가총액은 14조3000억으로 리포트 발간일 시총인 20조원 대비 현저히 낮아 ‘매도’의견에서 바뀔 건 없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여의도 전문가들이 ‘공매도’와 결탁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했다. 김 연구원은 “보고서 하나로 주가를 휘두를 수 있고 또 공매도와 연결돼 있다는 생각은 주식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라며 “보고서가 무료 공개되고 유튜브 방송도 많아지며 정보의 비대칭성이 많이 줄었는데, 의도와 편견을 가지고 보면 오히려 정보의 왜곡이 발생해 투자에 좋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한국의 주식시장 왜곡이 유독 심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차입 기간 면에서 공매도가 개인에게 불리한 건 사실이고 국민연금도 펀드 수익률을 분기별로 평가하다 보니 기관조차 장기 투자가 힘든 상황인 만큼 국가가 정책을 통해 올바른 투자 문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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