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민변 변호사들 "금호강 팔현습지에 '삽질'은 안 된다"
[정수근 기자]
▲ 팔현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이 앞으로 샌책길인 고량형 보도교 공사가 예정돼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비가 예보돼 잔뜩 흐린 날인 15일 대구환경운동연합 물하천위원회 2023년 첫 모임이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있었다. 오전 10시에 만나 함께 습지를 둘러보고, 하천변 곳곳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줍는 하천 정화 활동도 함께 벌이기로 했다.
그런데 이날 공교롭게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아래 대구민변) 소속 변호사 10여 분도 함께 모임에 동참하게 됐다. 필자가 대구민변에서 금호강 현장 안내를 요청받은 날이 공교롭게도 대구환경운동연합 물하천위원회가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목적의 두 모임이라 함께하면 좋겠다 싶어 이날 같이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대구환경연합 물하천위원회와 대구민변, 함께 팔현습지 답사
이렇게 해서 대구환경연합 회원 6명과 대구민변 회원 10명이 함께 금호강 현장 답사 및 플로깅 행사를 열게 됐다. 만나기로 한 곳은 팔현습지 바로 초입에 들어선 공원인 수성패밀리파크였다. 이 공원은 주로 유아와 어린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를 많이 오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수성구 젊은 부부들에게만 주로 알려졌을 뿐 많은 대구시민들은 이곳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른다.
▲ 팔현습지의 아름다운 모습. 강촌햇살교가 놓이기 전만 해도 이 습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팔현습지는 야생동식물의 천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으로 변했다. 습지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런데 이런 반응은 바로 제방 안쪽으로 펼쳐져 있는 금호강 팔현습지를 보고서도 동일하게 나오는 반응이었다. "대구에 이렇게 아름다운 습지가 있었냐, 처음이다"라며 다들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습지에는 벌써 수성구청에 의해서 파크골프장이 들어섰고, 그 옆에는 유채꽃밭까지 조성돼 있다. 야생의 공간이 인공의 공간으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는 게 지금 팔현습지의 안타까운 운명인 것이다.
그냥 놔두면 야생의 공간이 빠르게 인공의 공간으로 바뀌어 갈 바로 그 순간,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이 현장을 목격했고, 제동을 걸었다.
▲ 보도교 조감도. 이런 교량형 산택길을 만들겠다는 것이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계획이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바로 이곳에 280여 억 원이 투입되는 슈퍼제방 공사(고모제, 고모1제, 고모2제)와 산책로(699미터), 자전거도로를 겸한 보도교(886미터) 공사가 예정돼 있다고 한다.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이야기다.
그런데 환경부가 슈퍼제방을 건설하겠다는 곳의 제내지(하천 반대쪽 민가쪽)에는 민가가 거의 없다. 대부분 공원과 밭들이 산재해 있다. 이곳은 강물이 들이치는 수충부도 아니고 습지의 둔치가 넓게 조성돼 있는 곳이라 홍수가 날 위험도 거의 없는 구간인 것이다.
보도교를 놓겠다는 곳 또한 산과 하천이 연결된 구간이다. 공사가 진행된다면, 야생생물들이 산과 강을 오가는 바로 그 길목에 교량을 놓음으로써 산과 강의 생태계를 단절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 보도교가 놓이게 될 공사 계획 구간에 서서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고 외쳤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 정수근 |
함께 둘러본 곳은 공사 깃발이 꽂힌 곳, 즉 교량이 놓이게 될 현장인데 이곳에는 왕버들이 멋지게 자라나 아름다운 하천숲을 이루고 있었다. 만약 예정대로 공사가 강행된다면 이 아름드리 왕버들 군락이 모두 잘려나가고 그 자리에 화려한 인공 교량이 놓이게 될 것이다.
▲ 공사 예정 구간을 알리는 깃발 앞에서 삽질은 안돼! X표를 하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그만큼 이곳은 매혹적인 곳이고, 생태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공간이다. 이 사실은 현장을 와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숲의 새들은 노래하고 강 안에서는 산란철을 맞은 잉어들이 강 가장자리로 밀려 나와 서로 구애의 동작을 하느라 퍼드득퍼드득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다.
강바닥에는 어른 손바닥만 한 조개도 살고 있어서 강 안 생태계 또한 지극히 양호하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금호강 팔현습지의 진면목인 것이다.
플로깅으로 하천정화 활동까지 벌여
▲ 이날 참가자들이 하천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장마철 떠내려온 인간 생활 쓰레기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이날 다 정리했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 모두 놓아놓고 보니 제법 그 양이 된다. 50리터 종량제 봉투 10개를 채우고도 남았다. |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도 쓰레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투기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이고, 그 생활 쓰레기들은 빗물을 따라 하천으로 몰려들어와 하천변에 덕지덕지 붙게 되는 것이다. 그 모습에서 반성을 하게 된다.
쓰레기들을 모두 모아놓고 보니 그 양이 제법 된다. 그만큼 하천은 정화됐다. 전과 후를 비교하니 천양지차다. 10년 묵은 체증이 가신 듯 속이 다 후련하다. 그동안 생각은 있었으나 혼자서 도저히 하지 못하던 일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니, 이렇게 손쉽게 된다. 이것이 함께하는 것의 힘인 것이다.
일행들은 주운 쓰레기들을 앞에 두고 함께 외쳤다.
"금호강은 야생동물들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 이날 함께한 일행들이 플로깅까지 무사히 마치고 팔현습지를 가로질러 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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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우리 강을 다니면서 우리강 복원 활동을 열심히 벌이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 반대 활동을 아직까지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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