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사와라" 30대 직원 지독한 괴롭힘에 극단 선택…"사측 편향조사 후 은폐"

직장내 괴롭힘 신고했지만 사측 편파조사
가해자 지인 공인노무사 선임해 비밀 누설
고용장관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일 일어나"

지난 1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장수농협 소속 30대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고용부는 위반사항에 대해 형사입건과 과태료 부과를 하는 동시에 농협·수협에 대한 기획감독도 엄정히 실시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장수농협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고인에 대해 다수 상급자의 직장 내 괴롭힘과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가 있었다"며 "이를 포함해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앞서 지난 1월12일 장수농협 30대 직원 A씨가 농협 앞 주차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조사 결과 지난해부터 다수의 상급자가 고인에게 면박성 발언을 하거나 '킹크랩을 사 오라'고 하는 등 사망 직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인이 괴롭힘 사실을 사측에 신고한 이후에는 고인에게만 전례 없이 서면으로 부당한 업무명령 및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리한 처우도 있었다.

당시 사측은 고인을 다른 부서로 발령내고도 내부 전산망이 접속되지 않는 컴퓨터 자리를 배정한 뒤 직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미 반품요청 건이 처리돼 처리할 내용이 없음에도 '반품되지 않은 물량을 처리'하라는 등의 서면 업무명령을 시달하고, 변명적 사유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강요했다.

또 고인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사측은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공인노무사를 선임하고,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등 편향적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고용부는 "이는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밝혀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장수농협은 조기출근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4억원이 넘는 '공짜 노동'과 1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총 293회 위반하는 등 노동관계법도 다수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 전주지청은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 형사입건 6건, 과태료 총 6700만원 부과 등의 법적조치를 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 4명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편파적인 조사에 동참한 공인노무사는 공인노무사법상 성실·비밀엄수 의무 등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정식 장관은 "청년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사측이 편향적으로 조사해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노동 현장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농협, 수협에 대한 기획감독도 엄정히 실시하고 결과를 국민에게 상세하게 알리겠다"며 "정부는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는 철저한 근로감독을 통해 청년 등 취약계층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