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오페라의 유령’, 16일 35년만에 폐막
뉴욕시, 브로드웨이 기여 공로 치하 … 조만간 재공연 가능성도 대두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연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16일(현지시간) 폐막한다. 1988년 1월 뉴욕 마제스틱 극장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폐막까지 무려 1만3981회 공연을 기록했다.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거장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최고의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가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1986년 10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2014년 뮤지컬 ‘라이온 킹’이 추월하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티켓 수입을 벌어들인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서만 13억 달러(약 1조6991억원), 전 세계적으로는 60억 달러(7조 842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전 세계 41개국 188개 도시에서 17개 언어로 상연돼 1억45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이번에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폐막하지만,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계속 오픈런(폐막일을 정하지 않고 무기한 공연) 중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이 폐막하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이미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팬데믹 이후 브로드웨이 극장가가 다시 문을 연 이후에도 크게 호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매킨토시는 “브로드웨이 셧다운에 대한 연방 정부의 기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의 유령’은 팬데믹 이후 티켓 판매가 늘지 않으면서 큰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오페라의 유령’ 제작진은 당초 지난해 9월 “2023년 1월 35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2월 18일 폐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폐막 발표 이후 관객이 몰리는 바람에 4월 16일로 시기를 두 달 정도 미뤘다. 그리고 35년 만에 막을 내리는 마지막 무대를 지켜보려는 팬들이 몰리면서 종연 마지막 주말(4월 15·16일) 공연 티켓은 일부 재판매 사이트에서 장당 거의 4000달러(약 522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또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 종연을 기념하기 위해 로이드 웨버는 1막에서 여주인공 크리스틴의 솔로곡인 ‘나를 생각해(Think of Me)’의 트리오 버전을 만들었다. 가사를 일부 추가해 크리스틴과 삼각관계인 팬텀(유령)과 귀족 청년 라울이 함께 부르도록 한 것이다. 이 특별한 버전은 최근 브로웨이 ‘오페라의 유령’의 마지막 주인공인 유령 역의 벤 크로포드, 브로드웨이에서 크리스틴 역을 연기한 최초의 흑인 배우인 에밀리 쿠아추, 그리고 라울 역의 존 리들에 의해 녹음돼 싱글로 발매됐으며 14일 뮤직비디오로도 공개됐다.
뉴욕시는 ‘오페라의 유령’ 폐막을 앞두고 로이드 웨버에게 브로드웨이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14일 ‘뉴욕시의 열쇠’를 수여했다. ‘뉴욕시의 열쇠’는 뉴욕시의 명예를 드높인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달라이 라마, 넬슨 만델라, 테레사 수녀, 요한 바오로 2세 등 세계적인 명사들이 받은 바 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시상식에서 “로이드 웨버의 작품을 보며 성장했다”고 말했고, 로이드 웨버는 “영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브로드웨이 일부로 받아줘서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로이드 웨버의 전 부인으로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에서 크리스틴을 연기한 가수 사라 브라이트먼도 함께했다. 미국 언론은 최근 아들을 위암으로 잃은 로이드 웨버가 이 상을 통해 조금이나마 슬픔을 달래길 기원했다.
다만 ‘오페라의 유령’이 이번에 폐막하지만 오래지 않아 브로드웨이에서 다시 막을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드 웨버가 최근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팬텀의 샹들리에’가 뉴욕 어디에선가 다시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인 매킨토시 역시 “‘오페라의 유령’은 곧 돌아올 것이다. 위대한 뮤지컬은 다 그렇다(재연한다)”고 밝혔다.
한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현재 한국어 버전이 공연 중이다. 부산 공연은 6월 18일까지. 7월에는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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