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살이] 챗GPT와 함께 일하는 직장인의 마음

김지원 2023. 4. 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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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를 찝찝함 느끼지만... 뒤처질 수 없어 배우고 보는 인공지능

3040시민기자들이 쓰는 달콤살벌한 순도 99.9%의 현실 직장인 이야기. <편집자말>

[김지원 기자]

지난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을 둘 때까지만 해도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챗GPT라는 창의적인 AI가 나왔다고 했을 때 '오, 나도 한 번 돌려볼까?' 정도의 관심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업무에 인공지능 활용이 요구된다. 단순 반복 업무는 챗GPT라는 툴(tool)에 맡기고 기획 영역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라는 것. 

퇴근하고 바로 유튜브에 'Chat GPT' 활용하기, 'Chat GPT 엑셀 연동'을 찾아보았다. 정말 다양한 챗GPT 콘텐츠들이 이미 몇 만 뷰를 기록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은 연쇄적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생성에 기여하고 있는 듯했다.

두 달 만에 2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챗GPT를 사람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나만 뒤처진 것은 아닌지 뭔지 모를 불안이 엄습해 왔다. 어차피 올 변화라면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이번 기회에 챗GPT를 배우고 업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튜브 강의에서 알려준 챗GPT 관련 앱들을 깔고 질문 몇 개를 돌려보았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 기술을 어떻게 업무에 잘 활용할 수 있을까?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인공지능과 직장인
 
  이번 기회에 챗GPT를 배우고 업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elements.envato
 
"간단한 요약, 정리나 단순 반복 업무는 챗GPT에게 맡겨서 빨리 처리해 주세요."

회사에서 파일럿을 돌렸던 프로그램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챗GPT로 요약, 정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집에서 해봤을 때 답변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우려스러웠지만 빠른 시간에 결과물을 보고해야 했기에 챗GPT를 돌렸다.

그동안 출퇴근 길 유튜브를 통해 '챗GPT 질문하는 법', '프롬프트 작성법'을 귀동냥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처음 받았던 답변보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도출해 냈다. 완벽하진 않지만 짧은 시간에 쓸 만한 자료를 만들어냈다. 신기술을 활용했다는 만족감과 함께 내가 할 일을 기계가 해낸 것에 대한 뭔지 모를 찝찝함을 느꼈다.

인공지능은 사실 오늘에야 나온 신기술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핵심인 딥러닝은 1957년 발명된 "퍼셉트론"에서 시작됐으니 기계 학습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지금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분야에서는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고 서비스 수준이 사람을 닮았다.

그러나 아직은 보편화되지 않은 기술이고, 겉으로 드러나 사용되기보다는 다른 기술에 녹여져 사용되기 때문에 인공지능과 함께 살고 있다는 자각이 익숙하진 않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챗GPT의 등장에 인공지능이 새삼 뜨거운 이슈가 된 것은 인공지능이 내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접점을 체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직접 챗GPT를 써보니 인간의 일상언어(자연어)와 폭넓은 대화 영역을 무리 없이 처리하는 기술이 직관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업무에 활용해 보니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믿어왔던 보고서 작성, 데이터 분석과 같은 지적 노동의 영역도 기계에 대체될 수 있겠구나라는 가능성을 실감했다. 아무리 혁명적인 기술도 내 삶과 연결되어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고 놀라움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데 챗GPT가 직장인들에게는 그 접점을 보여준 것이다.

내가 챗GPT를 사용하고 느꼈던 놀라움과 찝찝함을 다른 직장인들도 느꼈을지 궁금해서 인터뷰를 해보니 이미 많은 직장인들이 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IT 회사에 다니는 지인은 초기부터 챗GPT를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공부를 하면서 논문을 자주 보는데 그 많은 논문을 정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챗GPT를 사용한다는 것. 논문 pdf 파일을 요약, 정리해 달라고 하면 더 많은 논문을 읽고 레퍼런스를 모아서 과제를 할 수 있게 되어 좋다고 했다.

중화학 업계에 다니는 지인은 마케팅 직무를 수행할 때 챗GPT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평소 PT발표가 많은데 일일이 발표자료를 만드는 건 시간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챗GPT에게 키워드 몇 개를 제시하며 발표 자료를 만들도록 요청하고, 나온 결과물을 조금 손 본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초벌구이를 해주자 크게 힘들이지 않고 완성도를 높여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다.

정보 유출은 막고 효율성은 따져야
 
 챗GPT의 도움을 받고 있는 직장인들의 업무 효율은 높아지고 있다.
ⓒ elements.envato
 
이렇게 벌써 챗GPT의 도움을 받고 있는 직장인들의 업무 효율은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아직 이 기술을 쓰지 않는 직장인들은 부담스럽고 두려움을 느낀다. 부동산과 주식, 유튜버 진입의 때를 놓쳤다고 느꼈을 때처럼 나만 뒤처진 것 같은 불안감(FOMO 증후군)을 느낀다.

인공지능이 지적 노동까지 자동화, 대량생산하게 되어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아직은 먼 미래처럼 느껴지지만 지금 당장 챗GPT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의 경쟁력에서 뒤처질까 봐 두려운 것이 오늘을 사는 직장인의 마음이다.

그러나 주변에 물어보면 회사 내에서 챗GPT를 적극 활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진 않다. 신기해서 한두 번 돌려본 사람은 있어도 지속적으로 어떻게 업무에 연계할지 고민해서 인공지능을 활용 툴로 안착시킨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나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챗GPT의 수준이 더 올라가고 질문하는 기술이 늘면 인공지능은 개인 비서가 되어 가성비 있는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이다. 검색해서 정보를 엮는 수고로움도 줄어들고 보고서나 발표자료의 초기 작업도 도와주어 그 편리함을 맛본 사람이라면 지속 사용할 유인이 확실하다.

일주일 전, 회사 게시판에 공지가 올라왔다. 정보보안팀에서 공지한 것으로, 챗GPT 사용으로 회사 정보가 유출된 타사 사례를 공유하며 내부정보의 입력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챗GPT는 입력된 내용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기 때문에 질문 또는 요청할 때 우리가 주는 사업 정보나 회사 내용이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불특정 다수에게 답변으로 제공될 우려가 있다. 챗GPT가 주는 업무 효율은 공짜가 아니라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은 효율성인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회사 차원에서 챗GPT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시대의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자동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지 않고 포클레인과 힘에서 경쟁하지 않듯이 기계의 능력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직장인은 AI의 도움을 받아 일을 효율적으로 하도록 점차 요구받을 것이다.

그래서 챗GPT와 관련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에서 이용 가이드와 금지사항을 정리해 세심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정보보안을 지키며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많은 기업이 고민할 때다.

인공지능과 함께 일해야 하는 세상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놀라움을 느끼는 한편 두려움을 느낀다. 이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사람을 도와주는 수준을 뛰어넘어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이러한 질문은 산업혁명의 발전 과정 속에 늘 있어왔다. 러다이트(Luddite) 운동도 그러한 질문에서 태동했을 것이다.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님 강의를 듣게 되었을 때 질문을 한 적 있다. "이제는 AI가 유머와 겸손까지 학습해서 답변을 한다고 느껴지는데요. AI가 감정까지 학습할 수 있을까요? 범죄영화를 보면 사이코패스도 감정을 못 느끼지만 학습해서 감정을 공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AI도 감정 공부를 하면 사회화가 될까요?"

내 물음에 교수님은 답하셨다. "인공지능도 충분히 감정을 학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감정이라는 것도 진화론적으로 보면 인간의 생존에 적합한 판단과 행동을 유도하는 기제이기 때문이죠. 인공지능에게 이런 상황에선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이렇게 판단하는 게 생존에 유리하다는 게임이론 같은 무수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인공지능도 사회화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인공지능이 감정을 학습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유머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창의성의 영역, 지적 노동의 영역, 감정의 영역까지 인공지능과 공유하게 될 미래에, 우리 평범한 직장인들은 어떤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까?

이렇게 인공지능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일자리를 걱정한다. 어떤 일이 사라지지 않을지, 전문직이라고 안전한 것이 아니라면 일반 직장인은 얼마나 더 실업의 위험에 처한 것인지,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위해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인지 등. 사는 것은 먹고사는 일이기에 생계 수단을 걱정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의 대중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직장 생활에서 그 변화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점차 인공지능 사용에 대한 법적 가이드가 세워지고 다양한 활용법이 공유되고 완전히 대중화되면 우리 직장생활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

업무 효율성 제고와 생산성의 편차 확대, 근로시간 축소 등 많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망을 들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변화를 고민해야겠다는 경각심을 느끼는 한편, 당장 챗GPT를 실무에 활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주말에도 공부를 위해 유튜브 강의를 켠다. 바야흐로 인공지능과 함께 일해야 하는 세상이다.

《 group 》 직장살이 : https://omn.kr/group/salaried2023
3040시민기자들이 쓰는 달콤살벌한 순도 99.9%의 현실 직장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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