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특별한 세월호 추모 "고통스럽지만 조금만 더"

변상철 2023. 4. 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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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4.16, 2016년부터 매해 달리는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

[변상철 기자]

어김없이 또 그날이 돌아왔다. 매년 돌아오는 그 날. 4월 16일 말이다. 

세월호에서 살아온 김동수씨에게는 여전히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다. 여전히 그날의 참사에 대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그날의 후유증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며, 살아온 생존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살아나온 자신이 죄인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며 지낸 세월이 벌써 9년이다. 김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20여 명 목숨을 구해 '파란 바지 의인'으로도 알려져있다.
 
 지난해 4월, 김동수씨가 마라톤 응원을 온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 김형숙
 
매년 4월 16일이 다가오면 세월호에서 살아돌아온 김동수씨는 연례행사처럼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참사가 있던 그날이 다가올수록 세월호에서 다친 상처의 통증이 더욱 심해지고, 밀려드는 무력감과 자책감으로 늘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만 같았다. 그대로 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두려움에 결국 스스로 병원에 갇히는 선택을 해왔다. 아내 김형숙씨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4월만 되면) 너무 힘들고 괴로워해요. 세월호에서 다친 어깨도 4월만 다가오면 거짓말처럼 통증이 더 심해지고, 그러니 사람이 너무 예민해 지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도 조금도 좋아지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심해지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그만해라' '지겹다'는 말을 하니까 그 말이 듣기 싫은 거예요. 방송이든, 인터넷이든 매년 4월만 되면 그렇게 악의적인 글들이 넘쳐나니 세상을 등지고 싶은 거죠."

그렇게 3월부터 4월이 될 때까지 병원에 갇혀 마치 죽은 사람처럼 침묵하며 조용히 입원해 있던 김동수씨는 4월 16일만 되면 병원을 뛰쳐나와 달린다. 김동수씨에게 '달리기'는 어릴 적부터 가장 익숙한, 그리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6년 감귤마라톤 대회 하프마라톤을 시작으로 매년 4.16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달리는 김동수씨는 마라톤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어린 시절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세월호라는 참사를 만나 멈출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다시 뛰어야 하는 상태로 되돌아 갔죠. 그런데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서 뛰자는 생각 그 자체를 하지 못할 정도의 상태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뛰게 되면) 달리는 내내 나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고, 고통의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 고통의 시간이 저의 고통이 아닌 세월호에서 희생당한 사람들과 생존피해자의 고통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이를 악 물게 되요. 그렇게 달리는 중에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더욱 힘을 얻게 되지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 세월호의 기억... 그럴 때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올해도 어김없이 김동수씨는 달렸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앞둔 4월 15일 오전 8시부터 성산에서 출발해 41.6km를 4시간 16분에 맞춰 제주항까지 달린 것이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세월호를 함께 추모하고 싶은 가족, 시민들과 함께 해 더욱 특별했다.

마라톤에 대한 김동수씨의 의미는 조금 특별하다. 그는 마라톤에 참가할 때마다 늘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문구를 달고 달린다. 그것은 그만의 애도하는 방식인 것이다. 물론 그런 그에게 늘 응원만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 냉소적인 차가운 시선을 느끼는 때도 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그만의 애도 의식이기 때문이다.

그만의 '애도의 시간'이라는 마라톤, 그가 4시간가량 뛰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는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과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상황과 지속적으로 마주친다. 김동수씨는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하는 그 마음이 바로 마라톤에서 숨이 차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과 비슷했다고 한다.

"마라톤 내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와 팔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와요. 그래도 그 고비만 넘기면 또 얼마를 달릴 수 있고, 그런 고비를 몇 번 넘기다 보면 결국 결승점을 통과하게 되어 있어요. 그렇게 달리는 순간 길가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응원소리를 들으면 더욱 힘을 내게 되지요.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어요. 사실 내가 20명을 구했는지 30명을 구했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저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구하는데 정신이 없었는걸요. 소방호스로 사람들을 끌어올릴 때마다 힘이 빠져서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아 포기해야하나 하는 순간이 계속 찾아왔어요. 그래도 그럴 때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내자고 다짐하며 한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애를 썼어요."
 
 세월호 참사 9주기를 기억하며 41.6km를 달리고 있는 김동수 씨와 '베스트 탑'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
ⓒ 박정이
 
그가 뛰는 마라톤은 다른 마라톤과 다르게 또 다른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41.6km의 거리를, 4시간16분의 시간을 들여 뛰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들어오기 위해 때로는 뛰기도, 때로는 걷기도 하며 오롯이 세월호를 기억하며 달렸다. 그리고 김동수씨가 뛰는 길 중간 중간 그를 응원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함께 했다. 김동수씨가 속한 마라톤 동호회 '베스트탑' 동호회 회원과 그의 가족, 그리고 세월호 생존자의 분투기를 다룬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창비)를 그린 김홍모 작가 등이 함께 했다.

김동수씨는 올해도 벌써 서울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비롯해 여러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항상 컨디션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늘 묵묵히 마라톤에 참여해 끝까지 완주했다.

"계속 달릴 겁니다, 당신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동수씨에게 마라톤은 그날의 '고통'을 잊고, 그날을 '기억'하는 것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기억하며 제주 종달리에서 제주항까지 달린 김동수 씨와 베스트 탑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
ⓒ 박정이
 
그는 내년 10주기 때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마라톤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한다.

"10년이 지나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생존자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여전히 적다면 저는 계속 달릴 겁니다. 그리고 세월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생존자가 살기 위해 분투한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작은 기억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월호 진실이 밝혀지고, 기억관이 만들어지는 그날까지 계속 달릴 계획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도 많은 시민들이 함께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단 1미터라도, 어떤 구간이라도 좋으니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김동수씨와 많은 이들이 함께 뛰는 '기억의 길'. 혹시 길가에서 노란 리본과 '세월호 추모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김동수씨를 본다면, 그의 삶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지지의 박수를 보내는 건 어떨까. 함께 추모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제주 종달에서 제주항까지 김동수 씨가 달린다.
ⓒ 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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