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노린 테러... G7 정상회의 앞둔 일본 '충격'

윤현 2023. 4. 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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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용의자 24세 남성 체포... 범행 동기 안 밝혀

[윤현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선거 유세 현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을 보도하는 NHK 방송 갈무리
ⓒ NHK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선거 유세를 노린 폭발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과 9개월 전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선거 유세 중 피격돼 숨졌던 일본 열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기시다 총리는 15일 오전 오사카부 남쪽에 있는 와카야마현의 사이카자키 어항(漁港)을 방문해 현지 수산물을 시식한 뒤 어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지역은 오는 23일 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다. 

기시다 총리가 집권 자민당 후보 지원 연설을 시작하려고 하자 청중 쪽에서 총리를 향해 은색 통으로 보이는 물건이 던져졌고, 큰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기시다 총리는 곧바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현장을 벗어났고, 폭발물을 던진 남성이 주변에 있던 경찰과 청중에게 제압됐다. 용의자는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됐고, 아직 던지지 않은 폭발물을 한 개 더 소지하고 있었다.

경찰, 용의자 24세 남성 체포... 자택 압수수색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선거 유세 현장에 폭발물을 던진 용의자 기무라 유지를 보도하는 NHK 방송 갈무리
ⓒ NHK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용의자는 효고(兵庫)현에 거주하는 24세 남성 기무라 유지로 확인됐다. 그러나 용의자는 "변호사가 오면 말하겠다"라며 묵비권을 행사,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총리를 비롯해 큰 부상자는 없었으나, 경찰 측은 30대 경찰관 1명이 팔에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용의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용의자 집 근처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NHK에 "얌전한 (동네) 오빠로 인사를 잘하는 사람이었다"라며 "다만 밤중에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의 큰 목소리가 나서 몇 차례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고, (용의자는) 아버지에게 자주 혼이 나도 저항하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용의자의 중학교 동창이라는 남성도 "학창 시절 말이 없고 얌전해서 눈에 띄는 타입이 아니었다"라고 전했다.

반면에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무라는 작년 9월 효고현 가와니시에서 열린 자민당의 시정 보고회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관계자는 "20대 젊은이의 참여는 드문데, (기무라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라고 말했다.

폭발 사건 직후 와카야마현 경찰본부로 피신했던 기시다 총리는 경호원들과 논의 끝에 오후 유세 일정을 강행했고, 16일에도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오늘 끝까지 연설을 마칠 수 있게 해준 경호원들, 관계자 여러분, 청중들, 그리고 걱정과 응원을 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라며 "소중한 선거를 여러분과 함께 지키겠다"라고 썼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전·현직 총리를 겨냥한 테러가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작년 7월 일본 헌정 사상 최장(8년 8개월간) 재임한 아베 전 총리가 유세 도중 전직 자위대원 야마가미 데쓰야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통일교에 빠진 어머니가 집안의 전 재산을 넘겨 원한을 품게 됐고,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 총리 겨냥한 테러... "선거 유세 경호는 어려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선거 유세 현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을 보도하는 NHK 방송 갈무리
ⓒ NHK
 
또다시 총리를 노린 테러가 발생하자 부실한 경계 태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사전에 일정을 공개하는 데다가, 유권자들과 밀착해야 하는 선거 유세의 특성상 철저한 경호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통상의 경호는 신원이 분명하거나 보안 점검을 통과한 사람만 입장하도록 하고 있으나, 선거 유세에서 후보 측은 청중과의 접촉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과 요인을 완전히 분리하기가 어렵다"라며 "후보 측의 뜻과 안전을 어떻게 양립할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오는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국 요인 경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테러대책 전문가인 일본 공공정책조사회연구회의 이타바시 이사오 센터장은 NHK에 "현직 총리를 겨냥한 범죄라는 점에서 매우 큰 사건"이라며 "다음 달 G7 정상회의도 앞둔 가운데 선거 유세에서 일어난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여 경호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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