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두 남녀의 사랑법... 복수심마저 사라졌다

김동근 2023. 4. 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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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

[김동근 기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삶은 내가 의도하지 않게 흘러간다. 살면서 얻게 되는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상처를 받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여러 일을 겪으면서 다양한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그렇게 찾아온 마음의 상처는 개개인이 가지는 삶의 태도를 만든다. 그 상처를 숨기기 위해 당당하고 밝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저 담담하게 모든 상황들을 넘기는 사람도 있다. 내적인 생각들을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결정을 하고 행동을 하는데 마음 속에 자리잡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흉터로 남아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총 16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는 자신들의 주변에서 발생한 상황 때문에 얻게 된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시리즈의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우주(이성경)는 집을 뺏겼지만 되찾기 위해 복수를 다짐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야기 초반에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할 말은 하는 기 세고 당당한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주는 성장기 시절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집을 나가면서 큰 상처를 받게 되었고, 그로 인한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그 상처와 감정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 감정을 억누르려는 노력 때문인지 꽤나 건조해 보이기도 한다.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같은 듯 다른 상처를 가진 두 인물의 이야기

우주의 아버지가 함께 집을 나간 여자의 아들인 동진(김영광)도 상처를 숨기고 있는 인물이다. 꽤 완벽해 보이는 인물이지만, 어린 시절에 겪었던 혼란스러운 집안 상황과 전 여자친구와 겪은 이별이 그를 더욱 조용한 사람으로 만든다. 동진도 우주처럼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우주보다 더 조용하고 조금은 더 딱딱해 보이기도 한다. 동진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회사의 금전적 어려움을 최선을 다해 막으려 애쓴다. 그런 힘든 과정 속에서도 주변사람을 챙기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그가 좋은 사람일 거라는 느낌을 준다.

우주는 아버지 장례식장에 갔다가 아버지의 여자가 자신이 살던 집을 팔았다는 걸 알게 되고 동진의 회사로 들어가 자신만의 복수를 하려고 한다. <사랑이라 말해요>의 두 캐릭터 우주와 동진은 그렇게 만나게 된다.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사람이 '복수'라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만났다는 측면에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이야기가 복수에만 치중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리즈의 초반에 중요하게 다루는 건 주인공 우주가 복수라는 감정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보여주면서 우주가 속으로 꽉 눌러 담고 있는 마음의 상처와 분노를 전달한다. 또한 반대편에 있는 동진의 감정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다룬다. 큰 어려움 없이 자랐을 것 같은 인물이지만 그 역시 마음 속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천천히 설명한다. 그리고는 그 복수가 어떤 식으로 서서히 사라져가는지를 보여준다. 동진이라는 인물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만들어진 동질감 같은 것이 우주의 마음 속에 커져간다. 

그렇게 시청자들은 두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따라가면서 두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 모두의 삶이 의도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처럼 이 둘의 삶도 그들이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나간다. 무엇보다 화면에는 우주와 동진의 뒷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깔끔한 식당에서, 맥주 집에서 뭔가를 먹는 그들은 혼자일때의 뒷모습도,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의 뒷모습도 모두 외로워보인다. 그들이 거리를 걷고 가만히 의자에 앉아 어딘가를 보는 장면에서도 그들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의도하지 않게 흘러가는 관계

두 인물의 주변부에도 흥미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우주의 주변에는 오랜 남사친 윤준(성준)과 친언니 혜성(김예원)은 우주가 가진 마음 속 상처들을 치유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그들 또한 자신만의 고민들을 가지고 있어 때론 우울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밝게 우주와 티격태격하며 서로의 옆에 있어준다. 동진의 주변엔 그를 위로해 줄 사람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시리즈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전 여자 친구 민영(안희연)은 동진의 주변에서 동진의 마음을 흔든다. 동진과 민영의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 역시 우주와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연결되어 흥미롭게 이어진다. 이들은 단순한 삼각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각자의 삶에서 자신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서로에 대한 생각들을 이해하게 만드는 관계가 된다. 

우주 역을 맡은 이성경은 과거에 맡았던 역할과는 다르게 다부진 성격 속에 감추고 있는 감정을 조금씩 표현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그가 극 중에서 동진을 만나고 의도하지 않은 부드러운 행동들을 보여주는 감정 연기가 돋보인다. 동진 역을 맡은 김영광은 최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겉보기에는 모든 것을 가진 완벽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이 인물은 주인공 우주보다 더 감정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다. 그가 그동안 했던 역할보다는 좀 더 섬세한 감정을 표정으로 보여줄 것 같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는 무척 감성적인 시리즈다. 초반에는 막장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각 인물들이 가진 감정에 공감하며 빠져들게 된다. 특히나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각 인물들이 가진 감정을 무척 잘 표현하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16부가 공개되었다. 혹시나 아직 이 시리즈를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따뜻한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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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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