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등원땐 업무 중단"…'일→육아→일' 하루 2번 출근하는 회사
7살 아이를 둔 워킹대디 이태영 LG디스플레이 책임(38)은 하루 두 번 출근한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그는 아침 7시 집안 서재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2시간가량 일 하다 아이가 유치원에 갈 9시경 업무를 중단한다. 등원준비를 마친 아이를 아파트단지 앞에 오는 유치원 차량에 태워 보낸 후 30분 거리에 있는 회사 마곡 사무실로 두 번째 출근을 한다. 나머지 업무를 다 처리한 후 퇴근길에는 태권도 학원에 있는 아이를 하원 시켜 함께 귀가한다.
이 책임의 근무 스케줄은 LG디스플레이가 운영 중인 ‘육아기 자율근무제’ 덕에 가능해졌다. 상황에 따라 사내부부인 이 책임의 부인과 함께 번갈아 이 제도를 사용한다. 이 책임은 “아이 유치원 등원시간이 평소 출근 시간보다 늦고, 돌봐줄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 고민이 많았는데 이 제도를 통해 부부의 힘만으로 육아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임직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도로 대학생이 시간표를 짜 공강 시간을 확보하는 것처럼 활용할 수 있다”며 “업무 공백없이 육아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 외 동료들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회사에 따르면 2021년 말에 도입된 이 제도는 매년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10년째 OECD 출산율 꼴찌…기업들 "출산율 높이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년째 꼴찌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기업들은 다양한 출산·육아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뿐 아니라 임신 준비기부터 시작해 임신기, 출산기, 육아기 등 단계별로 활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
포스코는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이면 전일(8시간) 또는 반일(4시간)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전일 재택 때는 급여도 동일하며 복리후생, 승진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지난해 200만원 신혼여행 지원금과 50만원 상당의 아기 첫 선물 제도를 신설하는 등 직원들의 결혼과 출산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는 여성 자동 육아 휴직제와 남성 육아 휴직 의무제를 주요 대기업 중 처음으로 모두 도입했다. 그에 따라 출산한 여직원 누구나 상사의 결재 없이 자동으로 휴직에 들어갈 수 있다. 기간은 최대 2년까지다. 남성들도 최소 1개월 이상 육아 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휴직을 꺼리는 직원이 많은 점을 고려해 휴직 첫 달에는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해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8000여명의 남성직원이 육아 휴직을 사용했다.
난임 시술 무제한 지원, 입양휴가까지
난임·입양과 관련한 제도도 더욱 다양해졌다. SK하이닉스는 횟수 제한 없이 난임 시술(체외·인공수정) 1회당 50만원을 지원한다. 난임 휴가 유급 5일 제공, 임신기 전 기간 근로시간 단축도 지원 제도의 일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내 건의사항을 수용해 5일간의 ‘아동 입양 휴가제’를 도입했다. 입양을 결심한 이들의 초기 양육기 적응을 위한 제도다.
삼성전자는 워킹대디ㆍ워킹맘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리보딩(Re-boarding)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육아휴직 복직 시 희망 부서에 우선 배치해주고 재택근무도 지원해 준다. 법정 기준 이상으로 자녀 1명당 최대 2년까지 휴직할 수 있으며 휴직 시기도 초등학교 6학년 이하까지 가능하다. 육아기 근로 단축제도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뿐 아니라 구성원들의 인식이 함께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에서 육아 휴직 3개월을 쓰고 올해 초 복귀한 한 남성 직원 A씨는 “회사에 엄연하게 있는 규정이고 기한도 마저 다 채워 쓰지도 않았지만 엄청난 특혜라도 누리고 돌아온 것처럼 주변에서 대하는 게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대답이 45.2%에 달했다.
박해리·최선을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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