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없는 땅속, 500일 산 여성 "동굴에 파리 들어와 힘들었다"
격리 생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실험을 위해 지하 동굴에서 생활한 스페인 여성 산악인이 500일 만에 나왔다.
50세의 등반가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는 14일 스페인 남부 모트릴 인근 동굴에서 나와 동료, 가족들과 만났다. 플라미니는 지난 2021년 11월21일 지하 70m 굴속으로 내려가 격리돼 생활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약 석 달 전이다.
플라미니는“1년 반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혼자서만 이야기했다.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며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게는 아직 2021년 11월 21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플라미니와 팀원들이 일간지 엘 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플라미니는 비상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인터넷용 라우터가 고장 난 1주일 동안은 지상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그때도 텐트에서 격리 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
동굴 안에서는 플라미니는 인공조명으로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털실 모자를 뜨는 등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음식은 모니터링하는 전문팀이 동굴 내 정해진 장소에 놓아두었다. 이때도 플라미니와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동굴학 연맹의 데이비드 레예스는“이런 도전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규정을 모두 충족한 것은 없었다”며 “혼자서, 완전히 고립되어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자연) 빛도 없고, 시간 관리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헥터 고메즈 관광부 장관은 “극한의 지구력 테스트"로서 과학에 "매우 큰 가치”고 평했다.
플라미니는 시련 중 하나가 동굴에 파리가 들어왔을 때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도전을 포기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힘든 순간도 있었고, 아주 멋진 순간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있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나 자신과도 아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플라미니는 두 대의 카메라로 자신의 경험을 기록했다. 그의 500일간의 도전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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