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없는 땅속, 500일 산 여성 "동굴에 파리 들어와 힘들었다"

이해준 2023. 4. 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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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생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실험을 위해 지하 동굴에서 생활한 스페인 여성 산악인이 500일 만에 나왔다.

500일 간의 동굴 격리를 마치고 세상으로 나온 스페인 등반가 베아트리스 플라미니. AFP=연합뉴스

50세의 등반가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는 14일 스페인 남부 모트릴 인근 동굴에서 나와 동료, 가족들과 만났다. 플라미니는 지난 2021년 11월21일 지하 70m 굴속으로 내려가 격리돼 생활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약 석 달 전이다.

플라미니는“1년 반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혼자서만 이야기했다.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며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게는 아직 2021년 11월 21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동굴 밖으로 나온 플라미니가 동료와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동굴에서 나와 동료와 만나 기뻐하는 플라미니. EPA=연합뉴스

플라미니와 팀원들이 일간지 엘 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플라미니는 비상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인터넷용 라우터가 고장 난 1주일 동안은 지상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그때도 텐트에서 격리 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

동굴 안에서는 플라미니는 인공조명으로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털실 모자를 뜨는 등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음식은 모니터링하는 전문팀이 동굴 내 정해진 장소에 놓아두었다. 이때도 플라미니와 직접적인 접촉은 없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동굴학 연맹의 데이비드 레예스는“이런 도전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규정을 모두 충족한 것은 없었다”며 “혼자서, 완전히 고립되어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자연) 빛도 없고, 시간 관리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헥터 고메즈 관광부 장관은 “극한의 지구력 테스트"로서 과학에 "매우 큰 가치”고 평했다.

플라미니는 시련 중 하나가 동굴에 파리가 들어왔을 때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도전을 포기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힘든 순간도 있었고, 아주 멋진 순간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있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며 “나 자신과도 아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플라미니는 두 대의 카메라로 자신의 경험을 기록했다. 그의 500일간의 도전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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