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향상' 부품 팔다 유·무죄 엇갈리며 4년 송사…대법원 “다시 시작”
‘완전연소를 유도해 엔진 출력을 높이고, 연비를 개선하며, 공해물질 저감에도 기여’
A 업체는 자동차 엔진룸 안에 장착하면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무동력 터보 부품을 개발해 팔아왔다. 제품을 구매한 손님이 원하면 별도 비용 없이 설치도 해줬다.
지난 2020년 10월 검찰은 A 업체의 아산지점 지점장·부지점장을 자동차관리법위반으로 약식기소했다. 문제는 이 업체가 자동차정비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차에 손을 댔다는 이유였다. 지점장 등은 “제품 판매업을 하면서 구매자들의 부탁 내지 호의로 삽입 작업을 한 것일 뿐”이고 “무동력 터보 제품을 흡기관에 삽입하는 작업은 점검작업도, 정비작업도, 튜닝작업도 아니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약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건은 햇수로 4년이 됐고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이들이 한 작업의 성격과 관련 법·규정에 대한 판사들의 해석이 갈렸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정비업 같은 자동차관리사업을 하려면 지자체장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있고, 등록 없이 사업을 하다 걸리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업에는 ①점검작업 ②정비작업 ③튜닝작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 법에 튜닝작업에 대한 정의는 있지만(‘자동차의 구조・장치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하는 것’), 점검작업과 정비작업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다는 해석 대란의 출발점이다.
1심 판사(대전지법 천안지원 단독)는 “점검작업과 정비작업은 자동차의 기존 구조·장치·부품 등의 고장·이상(異常) 등과 관련된 개념”으로 보고 “엔진룸 내 흡기호스에 이 제품을 삽입한 것은 자동차의 구조·장치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자동차에 부착물을 추가하는 것으로서 ‘튜닝작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튜닝작업도 자동차정비업에 포함되니 이들이 등록 없이 작업을 한 건 잘못이라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대전지법 형사4부)도 이들의 작업을 튜닝작업으로 보긴 했지만, ‘등록하지 않은 자도 할 수 있는 튜닝작업’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시행령에는 자동차정비업자만 할 수 있는 튜닝의 유형 13가지가 나와 있는데 이 작업은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아무나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담당자도 “튜닝작업에는 해당하지만 경미한 튜닝으로서 승인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승인 대상 튜닝 작업인지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봤다. 중요한 건 법에서 ‘자동차정비업이 아니다’고 나열된 내용에 해당하는지이고, 이런 예외에 해당하는 게 아니면 차에 손을 대는 건 자동차정비업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서 나열한 자동차정비업이 아닌 6가지 작업에 해당하는지 심사해야 하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작업을 업으로 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정비업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판결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냈다.
「 용어사전 >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132조(정비업의 제외사항)
1. 오일의 보충ㆍ교환 및 세차
2. 에어크리너엘리먼트 및 휠터류의 교환
3. 배터리ㆍ전기배선ㆍ전구교환(전조등 및 속도표시등을 제외한다) 기타 전기장치(고전원전기장치는 제외한다)의 점검ㆍ정비
4. 냉각장치(워터펌프는 제외한다)의 점검ㆍ정비
5. 타이어(휠얼라인먼트는 제외한다)의 점검ㆍ정비
6. 판금ㆍ도장 또는 용접이 수반되지 않는 차내설비 및 차체의 점검ㆍ정비. 다만, 범퍼ㆍ본넷트ㆍ문짝ㆍ휀다 및 트렁크리드의 교환을 제외한다.
」
외부 모양새 등을 바꾸지 않으면서 성능·효율 개선 목적으로 내부에 부품을 장착하는 작업을 자동차관리법상 어디에 해당하는 작업으로 봐야하는지는 이제 대전지법에서 다시 다루게 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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