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오지환은 왜 극대노했나…스포츠다큐 또 통했다
오지환 '분노의 배트'…팬들 "오히려 시원해, 또 도전하자"
편집자주 -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몇 살 때부터 농구를 잘했을까요, '제2의 펠레' 네이마르는 승부차기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지난해 우승에 도전했던 LG의 더그아웃에서는 무슨 말이 오갔을까요?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서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몇 번이고 다시 보는 'N차 시청'도 한다고 하는데요, 그 인기 배경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내용 중 일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작년 10월 25일 서울 잠실 야구장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 앞서 LG는 무려 20년을 기다린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로 끝내고 2차전을 맞이했다. 경기 초반 키움은 LG를 6-0으로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5회 말 LG가 6-7로 1점 차까지 따라붙자 LG 팬들은 들썩였다. 9회 초. 가장 중요한 순간에 주장 오지환이 등장했다. 키움은 9회 마운드에 김재웅을 투입했다. 이날 게임의 승부처였다.
김재웅은 공을 던졌고, 오지환의 배트는 바람을 가르며 공을 때렸다. 그러나 우익수 뜬공. 더 점수는 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당시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이라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오지환의 심경은 어땠을까. 오지환은 "주장이자 선배로서 다음 타자인 문보경 선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며 "나도 2년 만에 가을 야구를 하면서 너무 생각이 많았는데, 이러한 마음이 역효과를 낸 것 같다. 엄청나게 큰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지환의 솔직한 심정을 담은 이 말은 당시 어떤 기사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의 이런 말은 무려 반년이 지난 지난달 30일 공개된 티빙 '아워게임 : LG트윈스' 편에서 나왔다. 그가 뜬공으로 아웃되고,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 복도에서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배트를 휘두르는 장면도 공개됐다.
최근 넷플릭스, 왓챠, 티빙 등 OTT(over-the-top media service·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 서비스) 플랫폼에서는 스포츠 관련 다큐멘터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팬덤이 있는 스포츠의 특성상 명확한 시청 수요층이 있어, 플랫폼 입장에서는 크게 무리 없이 기획하고 제작한다고 한다. 또 팀 입장에서는 일종의 팬들과의 소통 창구로 쓰일 수 있어, 스포츠 다큐 제작을 반긴다고 한다.
"오지환, 화내는 모습 멋있었습니다…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른바 '오지환 선수의 분노 배트 스윙'에 대해 팬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을 LG 팬이라고 밝힌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MBC 청룡 시절부터 팬이다. 작년 PO(플레이오프) 경기를 떠올리면 아직도 아쉽다. 선수들도 정말 안타까움이 컸을 것 같은데, (그 심경을) 다큐를 통해 확인했다"면서 "팬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얘기하는 등 'N차 시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지환 분노 배트' 장면의 경우 팬들은 '속 시원하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또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LG팬 김민성(27) 씨는 "사실 더그아웃에서 일어나는 일을 팬들이 굉장히 알고 싶어한다. 왜 그 타이밍에 그 선수가 교체하는지 등 이런 부분을 많이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바람은 한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 2월 발표된 프로야구·축구 팬 1만27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 보고서'에 '응원 구단 및 리그 흥행에 필요한 온라인 콘텐츠'에 관해 물은 결과 가장 많은 31.4%가 '비시즌 선수 훈련, 일상생활 관련 영상'을 꼽았다.
프로야구 다큐멘터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 3월 '왓챠'는 한화이글스와 함께 스포츠 다큐를 제작했다. 만년 하위 팀 한화 입장에서는 지난 몇 년간 약팀 이미지를 극복하는 과정을 야구팬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줌으로써, 한화 팬들은 물론 다른 팀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2022년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롯데 선수들의 여정을 담은 '죽어도 자이언츠'도 인기를 끌었다.
NBA '마이클 조던' 황금기 담은 다큐 인기…PGA 다큐도 관심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의 속마음을 알고 싶어하는 팬들의 마음은 이미 넷플릭스 등 다른 OTT 플랫폼을 통해 시청률로 증명됐다. 2020년 6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황금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원래 같은 해 4월 ESPN를 통해 방영됐다. 1, 2부는 전국 610만 명이 시청해 ESPN 스포츠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명장 필 잭슨 감독, 조던과 함께 모든 영광의 순간을 누린 최고의 팀메이트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이 등이 출연해 조던을 바라보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가감 없이 말해 큰 화제를 일으켰다.
넷플릭스는 이어 2022년 1월 브라질 출신 스타플레이어 네이마르의 삶을 다룬 3편의 다큐멘터리 미니시리즈 '네이마르: 퍼펙트 카오스'를 공개하는가 하면, 골프 PGA투어와 합작하여 골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당시 골프 다큐에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 22명과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 나카지마 케이타가 출연해 역시 골프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일단 스포츠 자체가 매력적이다. 실제 벌어진 리얼 타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그게 굉장히 드라마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다큐를 통해 경기의 전체 흐름을 보며 승자와 패자가 되는 과정을 시청자들이 자세히 볼 수 있다. 시청자이자 팬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요즘 OTT 플랫폼들은 '이 콘텐츠는 어떤 팬덤이 확실히 있다'고 하면, 높은 시청률 효과를 볼 수 있으니 그런 콘텐츠에 집중하는 경향도 있다"면서 "(이렇다 보니) OTT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스포츠 다큐를 제작하고 싶어하는 요소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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