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도 함부로 못 하는 사람"…'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뉴스속인물]

박상우 2023. 4. 1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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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14일 밤 구속…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대가 명목 77억원 수수 혐의
김인섭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 이후 사이 나빠져" 주장했지만…2018년까지 李후원금 모금
남욱 "김인섭, 이재명도 성남시 국장들도 함부로 못 해…지자체 허가 대신 받아주는 '허가방'"
김인섭, 2015년 건설공사 비리 수감 당시 정진상이 면회했고…이후 두 사람 300여차례 통화
'백현동 특혜 의혹'의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자 백현동 개발사업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 14일 검찰에 구속됐다. 백현동 사건의 '키맨'으로 불리는 김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향후 수사에 탄력이 붙는 것은 물론, 이 전 대표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김 전 대표와 이 대표의 관계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15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4일 김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한 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대표는 2015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 편의 알선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모 씨에게서 77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는다. 2017년 10월 백현동 사업 공사장 식당(함바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백현동 개발은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1천265㎡에 아파트를 지은 사업이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15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과 정진상 정책비서관, 담당 공무원 등에게 청탁해 이 부지의 용도를 한꺼번에 4단계(자연녹지지역→준주거지역) 높이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도 함부로 못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성남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대표,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 등과 가까운 김 전 대표로 인해 성남시가 용도 변경의 특혜를 줬다고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이 추진되던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 정 비서관과 115차례나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0년대 초 변호사·사무장으로 이어진 인연…李·金은 서로의 관계 '부정'

이 대표와 김 전 대표의 인연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고, 김 전 대표는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으로 일했다. 이후로도 김 전 대표는 이 대표를 보좌하며 관계를 이어갔다.


이 대표가 낙선한 2006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선대위원장을 역임했고, 2008부터 2010년까지 민주당 분당갑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어 2014년 성남시장, 2018년 경기지사 지방선거 출마 당시 정치후원금 모금에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당시 이 대표 고액 후원자 명단에는 김 전 대표가 5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하지만 이 대표와 김 대표 두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대선 후보 신분으로 TV토론에 나와 "김 전 대표는 (내가) 떨어지는 선거에 선대본부장을 했다"며 "백현동 사업은 한참 후 벌어진 일이다. 저는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 또한 최근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과거 이 대표를 도운 것은 맞다"면서도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사이가 나빠졌다"며 관계를 부인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2018년까지 이 대표 정치후원금 모금에 직접 나선 만큼, 이 대표의 해명과 달리 관계가 계속 유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남욱 변호사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남욱 "김인섭, 이재명도 함부로 못 대하는 사람…서로 대면하는 사이"
유동규 "정진상, 백현동 사업 김인섭이 하는 사업이니 살펴봐 달라"

김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서로를 부정하고 있지만,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자주 언급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는 2021년 10월 검찰 조사에서 "김인섭 씨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함부로 못 하고, 성남시 국장들도 함부로 못 대하는 사람이라고 들었다"며 "(성남시에서) 김인섭 씨 부탁은 어지간한 건 다 들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이 대표)과 대면하는 사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언론에 대장동 판박이라고 나오는 백현동 사업 인허가를 김인섭 씨가 다 해줬다고 들었다"며 "김 전 대표는 (지자체 허가를 대신 받아주는)'허가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백현동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사업이다. 그때부터 사고가 날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조우형 씨와 김 씨(김인섭)가 구치소에서 같은 방을 쓰면서 우리와 인연이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지난해 12월 경찰조사에서 "정진상이 백현동 사업에 대해 '김 씨가 하는 사업이니 살펴봐 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전 대표가 2015년 4월 건설공사 비리에 연루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수감됐을 당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 정책비서관이 면회했으며 두 사람이 300여차례 통화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김 전 대표와 이 대표의 관계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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