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다음은 V팝? 동남아 음악시장 ‘꿈틀’
“띵띵띵땅땅띵땅~♬”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이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도배했다. 흥겹게 몸을 놀리는 이들 가운덴 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산하, 가수 정동원 등 유명인도 여럿이다. ‘띵띵땅땅송’이라는 별칭과 함께 틱톡을 타고 한국 등 세계를 강타한 노래는 베트남 가수 호앙 투 링의 ‘시 팅’(See Tình)의 리믹스 버전. 그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이 곡은 틱톡에서 370만개 넘는 동영상을 탄생시켰다. 지난달 8일 기준 누적 조회수는 12억회에 달한다고 일본 영자신문 닛케이 아시아는 설명했다.
요즘 온라인에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문화 강자로서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자국 음악에 따라 추기 쉬운 춤을 붙인 챌린지 동영상을 틱톡으로 실어나르면서다. 베트남 음악, 일명 비엣 팝(V-pop)은 그중 단연 돋보인다. ‘시 팅’ 이전엔 일명 ‘제로 투 댄스’ 열풍을 일으킨 ‘하이 풋 헌’(2 Phút Hơn)이 있었다. 2020년엔 유튜브와 틱톡 곳곳에서 ‘비엔’(Ghen)이 울려 퍼졌다. 베트남 정부가 이 곡을 개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방역 홍보에 쓴 덕분이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베트남은 틱톡에서 확산력이 좋은 전자음악 씬이 활성화됐고 주목도 받고 있다”며 “동남아시아 지역은 틱톡 이용량도 많아 비엣팝 등 동남아시아 음악이 틱톡을 타고 세계에 퍼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봤다. 기업과 인플루언서를 잇는 업체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에 따르면, 전 세계 만 18세 이상 틱톡 이용자 가운데 동남아시아 국가 지역민은 2억6560만명에 달한다. 김 평론가는 “동남아시아는 K팝 소비가 왕성한 지역이라 한국에선 이 지역 콘텐츠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비엣 팝은 현지 전통 음악을 강하게 살리는 특징이 있는데, 이런 지역적 특성이 세계 음악 팬들에게 새롭게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비엣팝을 세계화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등 K-콘텐츠 확산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베트남 국영방송 VTC 뉴스는 지난달 낸 기사에서 “한국 최고 지도자들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발 빠르게 집중했다. 반면 세계 진출을 꿈꾸는 베트남 예술가들은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외로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베트남 음악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바로 프로모션”이라며 “가수와 기획사가 홍보에 집중하면 베트남 브랜드로 세계적인 히트를 치는 날이 머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도 떠오르는 콘텐츠 강국 중 하나다. 태국 힙합 가수 밀리는 지난해 태국 가수 최초로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에 출연했다. “한 가지만 알아주세요. 저는 코끼리를 타지 않는답니다.” 2002년 태어난 젊은 래퍼는 무대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는 영국 음악 매체 NME와 인터뷰에서 “나는 전통적인 태국인을 대표하러 온 것이 아니라, 태국인으로서 내가 누구인지 보여주려고 여기(코첼라)에 왔다”며 “내 음악에 태국 문화의 다른 측면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2018년 데뷔한 태국 싱어송라이터 품 비푸릿은 지난 7일부터 오세아니아 순회공연을 돌고 있다. 한국 공연도 다음 달 21일 예정됐다.
김 평론가는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가 보여줬듯 동남아시아 음악의 잠재력은 상당하다. 그룹 블랙핑크 지수의 솔로곡 ‘꽃’은 V팝 요소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며 “동남아시아가 K팝을 소비하며 생긴 노하우와 왕성한 틱톡 이용량을 토대로 콘텐츠 수출지로서 국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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