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틱톡 때리기’에도 바이트댄스, 알리바바·텐센트 눌렀다 [김규환의 핸디 차이나]
알리바바·텐센트 빅테크 따돌린 이유 광고수입 급증 덕
틱톡, 인스타그램 누르고 지난해 세계 최다 다운로드 앱
틱톡 퇴출 압박 본격화에 폭발적인 성장 제동 걸릴 조짐
1분 이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ByteDance·字節跳動) 성장세가 무섭다. 특히 ‘국가안보’를 내세워 미국 등 서방의 틱톡 퇴출 압박 속에서도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내며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양대산맥 알리바바(Alibaba·阿里巴巴)·텐센트(Tencent·騰訊)를 제치고 중국 천하를 평정한 것이다.
바이트댄스의 지난해 세전 순이익은 250억 달러(약 32조 8000억원)로 2021년보다 79%나 증가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0일 보도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지난해 세전 순이익은 각각 239억 달러, 225억 달러에 그쳤다. 덕분에 비상장사인 바이트댄스의 지난해 기준 기업가치는 3000억 달러로 평가됐다.
바이트댄스의 지난해 매출은 808억 달러로 전년보다 34.6% 늘어났다. 매출 규모가 중국 내 라이벌로 꼽히는 텐센트를 넘어섰다. 텐센트 지난해 매출은 5546억 위안(약 806억 달러)이다. 틱톡이 퇴출 압박을 받는 환경 속에서 나온 승전보인 셈이다.
신생 기업에 속하는 바이트댄스가 이들 빅테크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고객사들이 틱톡과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抖音) 등에 광고 지출을 늘린 까닭이다. 지난해 틱톡의 광고 매출은 98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는 141억 5000만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애플과 펩시, 도어대시, 아마존 등이 주요 광고주인 틱톡의 지난달 광고 매출은 11% 성장했다. 미 정부의 규제에도 틱톡의 광고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트댄스가 전개하는 사업의 탄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비용에 민감한 마케터들이 빠른 성장을 보이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근거지를 옮김에 따라 틱톡이 다른 소셜미디어(SNS)로부터 광고를 빼앗아오는 등 덕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틱톡은 해외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과 유럽 등이 틱톡의 보안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부기관 장비에서 퇴출당하는 등 규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미 정부는 틱톡 이용을 아예 금지하거나 틱톡의 미국 법인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매출의 80%에 해당하는 700억 달러가 중국 시장에서 나왔다.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2배 이상 급증했지만, 국내 매출에 비하면 규모가 미미한 편이다. FT는 "바이트댄스의 해외 매출 규모가 작고 틱톡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긴 하지만 틱톡 제재 움직임은 바이트댄스에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트댄스는 2021년 돌연 사임한 장이밍(張一鳴·40)이 설립한 인공지능(AI) 및 콘텐츠 회사다. 푸젠(福建)성에서 태어난 그는 광적이라고 할 만큼 활자와 정보에 집착했고 ‘독서광’으로 유명했다. 텐진(天津) 난카이(南開)대에 입학한 뒤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한 장이밍은 전자공학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며 많은 시간을 코드 해석에 할애했다.
2011년 중국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되자 그는 ‘걸어 다니면서 정보를 얻는 시대가 왔다’고 판단하고 이듬해 바이트댄스를 설립했다. 컴퓨터 기억 용량의 최소 단위인 ‘바이트’(Byte)와 ‘춤추다’(Dance)라는 단어를 합쳐 회사 이름을 지은 것이다.
첫 번째 사업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오늘의 톱뉴스)였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고 창업 4년 만에 텐센트로부터 80억 달러 인수 제안을 받았다. “텐센트 직원이 되려고 창업한 게 아니다”라고 일축한 장이밍은 2016년 틱톡을 선보이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듬해 9월 틱톡은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 이용자들은 몇 번의 터치로 15초 남짓한 짧은 영상을 찍어 공유했고 이들에겐 유튜브와 달리 비싼 장비도, 고도의 편집 능력도 필요 없었다. 전 세계 틱톡 이용자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대화를 나누며 무수한 주제의 영상을 쏟아내면서 열광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올라섰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지금까지 40억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지난해 2분기 전 세계 틱톡커들의 하루평균 이용시간은 95분으로 유튜브(74분), 인스타그램(51분), 페이스북(49분)을 멀찍이 따돌렸다. 틱톡은 현재 153개국 15억 3000만명이 애용하는 글로벌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퇴출 움직임에 본격화하면서 폭발적 성장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지난달 23일 미 하원에서 열린 ‘틱톡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틱톡은 스마트폰에 있는 정찰풍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한 달간 영국과 호주, 인도 등도 잇따라 틱톡 금지에 동참했다.
미국의 불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싹텄다. 2020년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 가짜뉴스 확산 등의 이유로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고 바이트댄스의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도록 하는 2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틱톡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틱톡의 손을 들어줘 행정명령은 무효가 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공세를 낮췄다. 그러나 지난해 온라인매체 버즈피드가 바이트댄스 본사 회의 녹취록을 입수해 정보유출 의혹을 보도하는 등 정황증거들이 나오면서 ‘퇴출론’이 힘을 받았다. 해당 녹취록에는 “중국 안에서 모든 것이 보인다”라는 틱톡 직원의 발언 등이 담겼다. 미 연방정부를 비롯해 20여 주정부가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미 정치권은 초당적으로 틱톡 공격에 나섰다. 공화당 소속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에너지·상업위원장은 틱톡 청문회에서 “공산당이 미국 전체를 조종하는 데 틱톡을 사용할 수 있다”며 “틱톡은 미래 세대를 착취하려는 공산당의 무기”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 간사 프랭크 펄론 의원도 “틱톡이 공산당의 비호하에 있는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틱톡이 공산당의 신무기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틱톡 퇴출에 열을 올리는 주요 이유는 틱톡의 데이터 수집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틱톡은 이용자가 만든 콘텐츠 정보를 수집, 처리하고 이용자가 참여한 설문, 챌린지, 대회를 통해 정보도 얻는다. 어떤 콘텐츠·광고를 봤는지나 성별과 연락처, 위치정보 등 다앙한 개인정보를 가져가다 보니 정보 수집량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의 사이버안보 전문가 샘 색스는 뉴욕타임스(NYT)에 “틱톡이 (향후) 미국을 위협하거나 불안정하게 할 콘텐츠를 우선순위로 노출하도록 결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틱톡에 ‘백도어’(특정 정보를 훔쳐볼 목적으로 기기나 소프트웨어에 몰래 심어두는 프로그램)를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미 정치권은 의심하고 있다. 2017년 도입된 중국 국가보안법은 “기업과 시민은 국가정보 업무를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정부가 이를 근거로 미국인의 데이터를 모아 대미 첩보활동이나 정치선동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틱톡은 중국 정부와 무관하다고 항변한다. 저우서우쯔( 周受資)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청문회에서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콘텐츠를 홍보하거나 삭제하지 않는다”며 본인 역시 중국 본토가 아닌 싱가포르 화교 출신임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틱톡이 데이터를 미국으로 옮겨 미 기업인 오라클이 관리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틱톡이 ‘시련’을 겪다보니 바이트댄스에도 앞날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이 중국에서 사업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데 힘입어 바이트댄스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기존의 숏폼 동영상에 라이브 스트리밍과 e커머스 등의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더우인이 라이브 스트리밍과 인플루언서에 상품판매 등으로 창출된 매출액은 1조 3800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 e커머스 1·2위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연매출 1조 위안을 넘기는데 10년이 걸린데 비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다. 더우인은 지난해 12월부터 배달서비스도 도입해 텐센트의 메이퇀(美團)과 알리바바의 어러머(餓了麽)가 지배하는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에서 이들을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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