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막게 1조만 달라"...670만 남미국가 선거에 美도 애탄다 [글로벌리포트]
인구 670만(면적 40만㎢, 남한의 4배), 국내총생산(GDP) 순위 세계 100위권 안팎. 남미의 개도국 파라과이에서 오는 30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이 미국과 중국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남미의 유일한 대만 수교국인 이 나라에서 ‘중국이냐, 대만이냐’가 이번 선거로 갈리기 때문이다. 자국 턱밑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미국과 남미 전체를 제 편으로 만들고자 하는 중국 모두 이 나라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 파라과이에선 대만과의 65년 우정을 저버릴 수 없다는 집권 여당 콜로라도당과 경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중국 시장이 필요하다는 야권 연합 콘세르타시온이 세를 다투고 있다. 대만 수교국이라는 이유로 중국이 파라과이의 주요 수출품인 콩과 쇠고기를 사들이지 않으면서 대중국 무역 적자가 점점 늘고 있단 게 야권의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파라과이 육류 주요 수입국이던 러시아가 각종 제재를 받게 돼 수출이 힘들어진 것도 ‘중국 수교’ 주장에 힘을 싣는 배경이다. 그러나 1950년 권력을 잡아 1989년 민주화 이후에도 수십 년간 집권해 온 콜로라도당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탓에 선거는 접전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내다본다.
최근 중남미서 中 입김 세지자 미국 등판
중국의 공세에 수교국이 13곳으로 줄어든 대만은 애가 탄다. 이 절실함을 잘 알고 있는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한 인터뷰에서 “콩·쇠고기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해 손해를 보고 있으니 대만이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지원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5년 단임제라 재선에 도전하진 못하지만 여당 후보에 힘을 실어주려는 발언이었다.
그러자 미국이 등판했다. 지난달 27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훌리오 아리올라 파라과이 외무장관을 만나 여러 지원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9일엔 데이비드 코헨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이 조용히 파라과이를 찾았다. ‘안보 논의’가 목적이었다지만 대만과의 수교 유지를 압박하며 당근을 건넸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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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벌이는 틈타 중남미 진출한 中
중국이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던 중남미에 진출한 건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으로 중동에 집중하던 2000년대 초다. 원자재를 얻고 시장을 개척하는 게 목표였다. 마침 핑크타이드(좌파 물결)로 반미 정서가 강화될 때였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에 따르면 2000년 120억 달러(약 16조원)에 불과했던 중국과 중남미의 무역 규모는 2020년 3150억 달러(약 413조원)로 26배나 증가했다. 2035년에는 연간 7000억 달러(약 917조원)를 넘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여전히 미국이 중남미의 1위 교역국이지만, 미국과 무역량이 워낙 많은 멕시코를 제외하면 이미 5년 전 중국이 미국을 넘어섰다.
에콰도르 댐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인프라 프로젝트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도 20개국이 넘는다. 중국은 최근 직접투자 비중도 늘리고 있다. 경제 뿐 아니다. 외교·기술·문화 등 거의 전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았다는 것이 CNBC 등 미 언론의 지적이다. 현지매체 레수멘 라틴아메리카노는 “제2차 대전 이후 중남미를 지배해온 미국의 규율은 무너졌다”며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등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보내는 것을 거부한 것이 한 예”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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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턱밑에서 중국의 국방·안보 분야 위협 커져 골머리
미국의 진짜 걱정은 따로 있다. 국방·안보 분야의 위협이다. 우선 중남미에 대한 중국의 무기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투기, 군함 등 첨단 무기 판매가 느는 추세다. 대표적인 반미 국가 베네수엘라에서 수년간 반정부 시위대를 탄압하는 데 쓴 무기도 중국산이었다.
중국은 중남미에서 수십 개 항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아르헨티나·엘살바도르·베네수엘라 등에선 이 항만이 중국군 기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극과 가까운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엔 중국의 우주정거장이 들어섰는데, 중국이 철저히 정보를 통제하고 있어 미국의 우주전략을 감시하고 있을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군사·항공우주 거점 마련의 칼끝은 결국 미국을 향할 것이란 얘기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디지털 분야에서도 중국은 맹공을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스파이'로 낙인찍은 화웨이가 선봉장이다. 이 회사는 중남미 20여개 국의 IT 인프라를 장악했다.
미국은 중남미에서의 영향력을 되찾으려 고군분투 중이다. 부패·마약 퇴치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2019년 '아메리카의 성장(Growth in the Americas)' 이니셔티브를 가동해 중남미 에너지·인프라 개발에 민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남미에서 중국이 안긴 부채의 덫,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단 점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남미 국가들은 철저히 실리를 추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존 폴가헤시모비치 미 해군사관학교 교수(정치학)는 “당분간 미국과 중국이 공존하며 중남미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남미 국가들은 두 강대국의 지원을 비교해가며 그 조건을 (유리한 쪽으로) 끌고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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