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씨, 저희도 좀 태워주시죠 [별별인턴]
“깁미 깁미 나우 깁미 깁미 나우 쯧쯧쯧쯧
너의 말이 보여 네 약점 Algorithm”
걸그룹 에스파의 곡 ‘Savage’를 흥얼거리며 업무를 보는 인턴기자 정모씨(23·여). 최근 정씨의 최대 관심사이자 주요 관찰 대상인 이것은 이제 인기 아이돌의 노래 가사 속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틱톡과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IT 분야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바로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이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 방법, 명령어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원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쓰이는 전문 용어에 가까웠지만, SNS의 발달로 사용자가 알고리즘의 작동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특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특정 부류의 영상이나 게시물이 자주 보이면 ‘신기한 알고리즘의 세계’가 언급되곤 한다.
알고리즘은 누적된 콘텐츠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역할을 한다. 바꿔 말하면 내 콘텐츠가 대량의 익명 계정에 노출되기 때문에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추천 게시물에 올라가기만 하면 그야말로 ‘떡상’의 기회가 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수많은 콘텐츠를 제치고 추천 게시물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워낙 경쟁이 치열한 탓에 알고리즘을 타는 비법을 알려주는 전문 컨설턴트까지 등장하는 판국이다. 철저하게 사용자의 관심사를 반영하기에 알고리즘이 콘텐츠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사용자의 확증편향을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단기간에 채널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알고리즘 공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SNS 플랫폼에서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은 대게 유사하지만, 유령 계정과 상업적 목적의 활동을 가려내기 위해 플랫폼마다 조금씩 다른 알고리즘 정책을 따른다. 정씨는 인스타그램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알고리즘 정책을 자세히 살펴봤다.
인스타그램은 정해진 하나의 알고리즘을 사용하기보다 각 영역의 특성에 맞는 자체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사용자들은 스토리나 피드 영역에서는 자신과 친한 친구를 찾는 경향이 있지만, 탐색과 릴스 영역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찾고 싶어 한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들이 영역을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해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다.
알고리즘에 반영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콘텐츠와 콘텐츠 게시자에 대한 선호도다. 이것을 인스타그램에서는 ‘signal’이라 칭한다. 여기에는 게시물이 얼마나 인기 있고 흥미로운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상호작용 했는지와 같은 통계가 포함된다. 운영자의 피드에서 signal의 지표가 되는 주요 상호 작용은 게시물 체류 시간, 댓글, 좋아요, 공유, 저장, 프로필 클릭 수 등이다. 인스타그램은 이같은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게시물에 순위를 매겨 알고리즘에 반영한다.
정씨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탐색 탭 순위 지정 방법이다. 탐색 탭에서는 주로 사용자와 팔로우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계정의 게시물을 보여준다. 또 검색한 단어와 동일한 해시태그의 게시물을 추천해주기 때문에 신규 유입 상승에 가장 효과적이다. 탐색 탭 알고리즘에 영향을 주는 signal은 역시 게시물 인기도다. 특히 공유와 저장 횟수가 중요하게 판단된다. 공유는 게시물의 유용성을, 저장은 높은 퀄리티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또 과거 사용자와 상호작용이 있었던 계정이나 최근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 활발했던 계정의 콘텐츠에 높은 순위를 부여한다.
정씨는 인스타그램이 생각보다도 훨씬 정교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음에 놀랐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에게 받은 좋아요와 눌러준 좋아요 수를 비교해 수가 같다면 인기도 측정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게시물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서로 좋아요를 눌러주는 ‘좋아요 품앗이’를 가려내기 위함이다. 팔로워를 돈으로 구매하거나 매크로를 이용해 무작위로 좋아요와 댓글을 뿌리는 얄팍한 수 역시 인스타그램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정씨는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현재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운영 방식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고심했다. 우선 사용자가 우리 콘텐츠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카드 이미지를 최소 3개로 고정하고, 기사 주요 내용을 발췌하는 것에 공을 들여 보다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리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계정과 활발히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공유 수를 늘리기 위해 팔로워가 어느 정도 늘어난다면 팔로우 이벤트를 여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
갈수록 체계화되고 꼼꼼해지는 인스타그램에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 버린 정씨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양질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사용자들과 꾸준히 소통한다면 언젠가는 인기 게시물 탭에 당당히 자리 잡은 국민일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정씨는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든다.
국민일보 인스타그램 아이디 @kukminilbo_official
정고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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