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인 불곰…"사살 안된다"며 엄마가 지목한 범인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지역의 한 마을에서 조깅하던 청년을 숨지게 한 17살짜리 암컷 불곰이 사살 위기를 또 한 번 면했다.
1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주 법원은 이날 'JJ4'로 불리는 암컷 불곰의 포획을 허용하면서도 사살을 5월 11일까지 유예하라고 판결했다.
마우리치오 푸가티 주지사는 지난 5일 펠러 산 인근 산책로에서 조깅하던 안드레아 파피(26)를 공격해 숨지게 한 JJ4에 대해 포획과 사살을 명령한 바 있다.
JJ4는 2020년 6월에도 산을 오르던 아버지와 아들을 공격해 사살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저지해 사살은 무산됐다.
푸가티 주지사는 "한 사람이 죽었는데, 법원이 놀라운 결정을 내렸다. 시민의 안전이 걱정된다"며 "일단 포획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JJ4 사살을 반대해왔던 현지 동물보호단체 'LAV'는 이날 트위터에 "LAV의 승리"라며 "곰과 트렌티노 시민들은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다"고 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파피 가족 역시 JJ4 사살에 반대했다. 파피의 어머니는 아들의 장례식이 끝난 뒤 "곰의 잘못도 아니고 아들의 잘못도 아니다"며 "곰을 사살한다고 해서 안드레아를 돌려받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파피 가족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불곰의 개체 수를 늘려 비극을 초래한 이탈리아 정부와 주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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