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쇠파이프, 1m 앞에 '툭'…日 기시다 목숨 구한 '10초'
“길이 20~30㎝ 쇠파이프 같은 것이 날아와 기시다 총리 1m 앞에 떨어졌다.”
15일 오전 11시 30분경 일본 와카야마(和歌山) 사이카자키 어항(항구)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겨냥한 폭발물 테러가 벌어진 사건과 관련해 목격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간발의 차로 무사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선거 유세 중 피습 사건이 일어난 지 9개월 만에 또다시 총리를 노린 테러가 발생하자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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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목격자가 전한 '테러' 순간…“이 사람이다”
일본 NHK와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이 전한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 기시다 총리의 동선을 재구성하면 당시 상황은 이렇다.
오전 11시.
기시다 총리는 오는 23일 열리는 보궐선거를 지원 유세차 어항에 도착했다. 어업관계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뒤 회를 시식했고 웃음과 함께 “맛있다”고 말했다. 이후 걸어서 연설 장소로 이동했다. 도착해선 선거에 나선 후보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현장에는 기시다 총리 지원 연설을 보기 위해 약 200명이 몰려있었다. 연설은 11시 4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오전 11시 30분 경.
갑자기 기시다 총리 옆 1m 정도에 은색 물체가 툭 떨어졌다. 앞에서부터 4~5번째 줄에 서 있던 검은색 옷을 입은 한 남성이 던졌다고 한다. “이 사람이다”라는 소리와 함께 바로 옆에 있던 50대 어부 2명이 용의자를 제압했고 경호원들이 뛰어들었다. 한 목격자는 “젊은 남성이 뭔가 던지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그리고 쿵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고 증언했다. 10명 정도가 용의자를 제압하는 사이, 10초쯤 뒤 폭발음이 있었다고 한다.
또다른 목격자는 “청중으로부터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20~30㎝ 정도 길이의 쇠파이프 같은 것이 날아와 기시다 총리 1m 정도 앞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목격자는 “만약 이게 금방 폭발했다면 어떤 피해가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10초간의 지연 폭발이 기시다 총리를 살린 셈이다.
용의자 제압한 어부 “보통 느낌의 젊은 청년이었다”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용의자가 던진 폭발물이 기시다 총리 근처에 떨어지자, 기시다 총리는 돌아보고 폭발물을 확인한다. 직후 경호원들의 보호 장비를 펼쳐 총리를 둘러싸며 차량으로 피신한다. 폭발물은 총리가 대피한 뒤 약 10초 뒤 폭발한다.
현장에서 용의자의 대각선 방향에 있다가 제압한 와카야마시 어부(68)는 “보통 느낌의 젊은 청년이었다”며 “(제압하자) 저항했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젊었다”고 했다. 어부는 용의자를 제압한 뒤 바닥에 떨어진 ‘은색 통 같은 것’을 주웠다고도 했다. 그는 “경찰에 넘기려고 하는데 도망가라고 해서 현장에서 비켰다”면서 “폭발음은 (남자를) 잡고 있을 때 났다”고 설명했다.
낮 12시 20분
와카야마 경찰서로 피신했던 기시다 총리는 약 1시간 뒤인 이날 낮 12시 20분경, 와카야마 역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한 뒤 약 20분에 걸쳐 선거 지원 연설을 했다. 오후 1시 59분엔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중요한 선거를 끝까지 해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기시다 총리는 비행기를 타고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예정되어 있던 지바 현 선거 지원 연설에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를 체포한 데 일조한 어부 등 일반인 2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자민당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오는 16일에도 선거 지원 연설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오면 말하겠다” 입 닫은 용의자
한편 와카야마현 경찰에 위력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는 “변호사가 오면 말하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용의자가 24살의 효고현 출신이라고 전했다. NHK는 용의자 집 인근 주민들의 입을 빌려, 용의자가 온순하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인사를 잘 하던 사람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용의자 집에서 큰 소리가 나 경찰이 오는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사히 신문은 선거 지원 연설 중 총리가 테러를 당하는 일이 9개월 만에 반복되자 가두연설에 대한 경호 문제를 지적했다. 개인이 벌이는 테러에 취약한 데다 아베 전 총리 피습 후 경호가 강화됐지만, 유권자에게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는 현장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hykim@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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