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또 숨져…"실질대책 마련을"

건축왕 사건 피해자…두 번째 사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20억 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또 숨진 채 발견됐다.

15일 인천 경찰,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께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2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방에선 극단적 선택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이 나왔으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 B(61)로부터 전세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본 뒤 지난 2월까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A씨가 살던 연립주택은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간 상태로, A씨는 최근까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2019년 8월 입주할 당시에는 전세금 6800만원에 계약했으나 2021년 8월 재계약 때는 전세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B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28일에도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보증금 7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피해자는 휴대전화에 메모 형태로 남긴 유서에서 '(전세 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회원분들에 따르면 A씨는 전세 사기 피해 이후 최근까지 너무나 괴로워했다고 한다"며 "유가족의 요청으로 빈소는 차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를 예정이나, 전세 사기 피해자로 소식이 알려지는 데 대해 동의해 주셨다"고 전했다.

대책위 측은 "지난 2월 한 분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빌며 정부에 전세 사기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충분한 피해 구제책을 요구해 왔으나, 정부는 해결이 아닌 유예, 생색내기 대책만 반복했다"면서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잇따른 죽음을 막아달라.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정부 TF를 구성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