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전용 바버숍에 여성 바버?...아카데미서도 女 비율 50% 왜 [신기방기 사업모델]
이런 트렌드는 바버 양성소인 전문 학원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레드폴아카데미, 코리아바버아카데미 등 15곳의 바버 양성기관에 문의해본 결과, 여성 바버 지망생이 적게는 20%, 많게는 수강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후문이다. 특히 코리아바버아카데미에는 여성 바버 지망생의 비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신사,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투자받고 전국구 바버숍 사업을 하고 있는 레드폴의 유동화 대표는 “여성이 바버에 도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바버숍 자체가 매력적인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버숍은 남성들의 놀이터인 것은 분명하다. 이때 남성은 고객에 해당할 뿐 서비스해주는 바버 입장에서는 성별을 따질 필요가 없다. 단순히 머리를 잘라주는 장소가 아니라 누가 얼마나 고객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지만 따지면 된다. 때문에 남녀 할 것 없이 많은 바버가 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현직 여성 바버 ‘승미’와의 일문일답.
A.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소비를 마다하지 않는다. 여성들에게는 헤어숍, 네일숍, 피부관리숍 등 자기관리를 위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반면 남성들에게는 이와 같은 공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바버숍이 등장하면서 맨즈케어에 관심이 높은 남성들에게도 그런 공간이 생성됐고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고 싶은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바버숍이 늘어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Q. 바버숍은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A. 이미 해외에서는 바버숍이 기본 문화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버숍이 마치 포마드 같은 클래식한 머리만 하는 것처럼 인식이 박혀 있다. 10년 전에는 이런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겠지만 바버숍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많이 바뀌었다. 남성을 위한 휴식 공간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을 듯하다. 부담 없이 방문해도 좋다.
Q. 바버숍이 특이한데.
A. 맞다. 앞서 말했듯이 레드폴바버숍은 남성의 휴식 장소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레드폴바버숍이 추구하는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축구 유니폼, 스트리트 브랜드의 로고 등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을 많이 구비해놨다. 바버숍 손님들과 이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있다.
A. 어려서부터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꽤 뚜렷했는데, 바로 내가 하는 일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의 자부심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7년 미용실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바버숍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바버숍의 ‘자유로움’에 한눈에 반해버렸다.
Q. 여성이다 보니 남성 고객들의 정확한 니즈(수염 관리, 스타일)를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A. 그렇다. 수염이 나지 않다 보니 이를 파악하는 데 굉장한 시간이 들었다. 다른 바버들에게 수염 서비스를 받아도 보고 미디어들을 통해 많은 공부를 했다. 또, 손님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것 역시 많은 도움이 됐다. 또, 처음 오는 손님들에게 스타일을 추천하기 위해 남성 패션잡지를 보고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그래도 여성 바버가 장점이 될 때도 있다. 일부 손님들은 바버숍에 여성 바버가 있어서 좀 부드러운 느낌이라고 하더라(웃음).
Q. 기억이 남는 고객이 있는지.
A. 스페인에서 온 외국 손님이 기억난다. 그 손님이 나를 보고 처음에 의심스러워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스페인 내에서도 여성 바버가 흔치는 않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평소 하던 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니 손님께서 ‘그라시아스’라고 한마디하셨다. 바버 문화가 오래된 나라에서 온 손님에게 인정받는 기분이어서 너무 좋았다.
Q. 향후 목표는.
A. 유튜브나 뉴미디어를 통해 바버숍의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 바버숍에 모든 손님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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