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전문에 '임정 법통 승계'의 과정

김삼웅 2023. 4. 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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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 56] 한국 정치사, 정신사의 분기점, 6월 항쟁

[김삼웅 기자]

 1987년 6월 항쟁 당시인 6월 10일 부산 충무동 로터리 시위. 변호사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문 살인 은폐조작 왠말이냐 군부독재 타도하자'라는 플래카드를 펼친 시위대열 앞에 서 있다
ⓒ 노무현사료관
 
1987년 6월항쟁은 한국의 정치사는 물론 정신사에서도 분기점이 되었다.

4.19혁명 27년 만에 발발한 시민혁명인 6월항쟁은 정치사적으로는 군사독재를 거부하고 새로운 민주공화시대를 열었다. 또한 정신사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그동안 보수우익에서 제기해온 '1948년 건국사관'을 뒤엎고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일로 명시하였다.  

이와 같은 국가정체성의 변환은 오랫동안 이를 추구하고 준비해온 김자동에게도 좋은 환경의 변화였다. '임시정부의 소년'으로 출생하여 '영원한 임시정부의 소년'이고자 했던 그에게 6월항쟁의 소산으로 헌법 전문에 등재한 임시정부의 역할과 그 정신의 계승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는 곧 국가의 명제이거니와, 축소하면 할아버지와 아버지·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문제이기도 했다. 가족사와 국가(민족)사가 겹치는 사안이어서 한층 보람과 자부심이 생기고 소(사)명의식이 따랐다. 

제9차 개헌(현행 헌법)에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이뤄낸 데는 광복군 출신 김준엽(전 고대 총장)과 독립운동자 후손인 이종찬(민정당 원내대표)의 역할이 컸다. 

1948년 7월 17일 공포한 제헌헌법 전문에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를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제5차 개헌(1963년 12월) 때 "대한국민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의거와 5·16혁명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한다로 바꾸었다. 박정희는 '임정 법통' 뿐만 아니라 4·19는 의거, 5·16은 혁명으로 명시하는 역사왜곡을 저질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배제한 '박정희 헌법'은 그후 박정희의 3선개헌(1969년)과 '유신헌법'(1972년), '전두환 헌법'(1980년)에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제헌 헌법에서 시작하여 1960년 11월 개정된 '4·19헌법'까지 변동없이 이어져 온 '임정 법통'이 일본군 출신의 쿠데타와 장기집권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전두환에서 그대로 배제시킨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족 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라고 한 이 제헌 헌법 전문은 1919년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이 건립되었음을 인정하고, 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성문화(成文化)하여 '임정'의 정통성에 기초하여 헌법을 제정하는 유래를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1948년의 대한민국 제헌헌법은 이 '임정'의 건립에 의해 "세계에 선포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족 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해서 해방 후의 대한민국을 상하이 '임정'의 '재건'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같이 1948년의 제헌국회의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 임정의 건국을 제1공화국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오늘의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의 근원인 동시에 정당한 통치권원임을 확인하고 있다. (주석 1)

박정희와 전두환이 한사코 헌법 전문에서 '임시정부'의 법통을 삭제하고, 이명박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6월항쟁의 산물로 회복한 이 내용을 다시 무력화시키고, 1948년 8.15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바꾸려 한 것은 그들 선대들의 친일행적과 이를 권력의 유산으로 이어 받은 자들의 역사 컴플렉스 때문이다.

김준엽은 자신의 저술에서 군사독재자들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배제한 과정을 상술하면서 새시대의 헌법에는 반드시 이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오늘은 보다 민주적이며 광복운동의 민족사적 가치를 재확인하는 개헌을 기대하면서 모든 광복운동자들과 민족사적 주체의식을 지닌 국민은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헌법의 전문에 3·1독립정신의 계승과 더불어 그 정신을 계승하여 건국했던 제1공화국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그 광복운동사의 역사적 존재가 다시 삽입되어 광복운동사의 정통성의 광복이 기약되기를 강력히 희구하는 것이다. (주석 2)

김준엽은 정치인들이나 헌법학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임정법통 승계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새로 개정되는 헌법의 전문에는 3·1독립정신의 계승과 더불어, 

첫째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우리 민족이 세운 민주공화국의 효시로서 제1공화국이라는 사실과,

둘째로 1919년의 상해 '임정'의 <임시헌장>이 우리 헌정사의 시점으로서, 그 헌법제정의 유래로서 명시되어야 하고,

셋째로 광복운동이 헌법 전문 속에 표현된 건국정신의 원천으로서 제자리를 잡아 일제에 의한 피침사(被侵史) 35년만을 알리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역사를 민족저항의 독립운동사로 재해석하여 오늘의 모든 국민뿐만 아니라 대대로 후손들에게 국난극복의 보람찬 민족사를 길이 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조국광복을 위해 피흘려 싸운 광복운동자들의 피의 대가로 이를 요구하며 민족수난의 우리 민족에게 정신적 조국이 되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그 광복투쟁사가 헌법 전문에 기필코 다시 광복되어야 함을 선언하는 바이다. (주석 3)

주석
1> 김준엽, <역사의 신>, 95쪽, 나남, 1990. 
2> 앞과 같음.
3> 앞의 책,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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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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