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H NA 갖고 놀아줘"…영화가 이래도 돼? (리뷰)['킬링 로맨스'②]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가 이 세상에 없던 웃음을 들고 관객 앞에 나선다.
14일 개봉한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 나(이선균 분)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하늬는 국민 조롱거리로 전락한 후 결혼한 톱스타 여래를, 이선균은 여래를 구해주는 재벌 조나단 나를 연기했다. 공명은 자신의 최애인 여래를 옆집에서 만나게 되는 4수생 범우를 연기한다.
이건 영화인가, 뮤지컬인가. 어쩌면 개그콘서트일지도 모른다. 확실한 건 '킬링 로맨스'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던 유형의 영화다.
"옛날 옛적에…"
처음부터 대놓고 '이건 그냥 이야기예요~'라고 못 박은 '킬링 로맨스'는 인간의 냉혹함을 담은 현실과 너무나도 동화같은 판타지가 한데 어우러지며 등장인물들의 일대기를 설명한다.
CF퀸으로 승승장구하던 톱스타 여래는 발연기를 자랑하는 영화를 찍은 후 국민들의 놀림거리가 된다. 진짜로 '발'이 되어버린 여래, 정말 만화같다.
"사람들이 다 나 싫어해. 이제 쉬고 싶어"
밀려 들어오는 시나리오들, 넘쳐나는 대중의 비난에 진절머리가 난 여래는 벽에 걸린 '꽐라섬' 사진을 보고 홀린 듯 훌쩍 떠나는 여행을 결심한다. 정말 '꽐라섬'에 혼자 간 여래는 가진 것을 모두 뺏겨버리는 위기를 맞지만, 섬나라 재벌 조나단 나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땅도 돈도 X나 많아서 이름이 'John Na'야. 조나단 나"
그렇다. 존 나는 돈이 많다. 어마어마한 재산을 자랑하는 그는 공식적으로 환경운동가이자 동물애호가다. 여래는 그런 그에게 푹 빠져 조나단과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완벽할 줄 알았던 여래의 삶은 조나단의 본성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 대외적으로는 젠틀한 이미지를 쌓던 그는 사실 돈이라면 생명도 중요하지 않은 일명 '광기남'이었던 것. 조나단은 시도때도 없이 H.O.T.의 '행복'을 부르며 배우로 복귀하고픈 여래에게 '넌 안 돼'라며 행복과 아름다움만을 강요한다.
"평생 이렇게 살 거예요?"
"이제 둘 중 하나야. 조나단이 죽든 내가 죽든"
조나단의 트로피 같은 존재로만 살기 싫어진 여래. 조나단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무시무시한 그에게 반항했다가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우연히 옆집에 거주 중인 자신의 팬클럽 범우를 만난 여래는 결국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조나단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이어 눈을 뗄 수 없는 '대놓고 병맛'인 계획들이 우수수 쏟아진다. 만화같은 화려함은 덤.
"아, It's good~"
광기 어린 조나단의 캐릭터에 여래와 범우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개연성은 이미 저세상에 간 지 오래, 허를 찌르는 연출이 영화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관객의 뇌를 쏙 빼놓을 테니 단단히 마음 먹는 게 좋을 듯 하다.
"널 찾아갈까 생각했어 난 난 잘 모르겠어"
"지기지기지기징 여래이즘~ 넌 이제 빠져 버렸어"
진짜 이래도 될까. 영화 중간 중간에는 뮤지컬을 연상케하는 이선균, 이하늬의 무대가 등장한다. 다양한 버전의 '행복'을 선보이는 이선균과 흔쾌히 '여래이즘'을 불러 준 '레이니즘' 원곡자 비의 목소리, 안무가 모니카의 작업물이 합세했다. 여기에 유튜브 등 온 세상 밈(meme)을 때려박은 듯한 연출까지.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관객조차 혼란스럽게 만드는 전개가 여래의 탈출을 응원하던 모든 이들을 홀린다.
"이렇게 예뻐야 하는 캐릭터 연기는 지금껏 없었어요"라던 이하늬와 "머리도 붙이고 수염도 붙이고. 아이라인은 그리다 안 그리니 허전하더라"는 이선균의 제대로 된 비주얼 변신 또한 관객들에게 멈출 수 없는 폭소를 안긴다. 쿠키영상이 있는 '킬링 로맨스'는 마지막 웃음도 놓치지 않는다.
만화같은 연출과 코믹한 비주얼로 웃음을 자처한 이들 배우. '존 나'라는 이름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다는 이선균은 "짤이 만들어져 돌아다녀도 즐거울 것 같다. 저희를 마음껏 가지고 노셨으면 좋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세상 모든 걱정을 던진 채 영화 속 웃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성장한 인물들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다. 이원석 감독은 "모두 살면서 갇혀있지 않냐.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때 옆 누군가를 통해 용기를 얻으면 스스로도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게 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며 '킬링 로맨스'가 유쾌하게 전하는 메시지를 밝혔다.
지금껏 느낀 적 없는 한국영화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기대해도 좋다. 이것은 개그인가 성장물인가. 네, '킬링 로맨스'입니다. 러닝타임 107분. 15세이상관람가.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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